대법 전원합의체 ‘엑스파일’ 판결 의견 지형
“공적관심밖 과거” 판단
대법관 5명 소수의견
“정경유착 보도 내용
공익과 관련있어 무죄”
대법관 5명 소수의견
“정경유착 보도 내용
공익과 관련있어 무죄”
2005년 언론보도로 폭로된 이른바 ‘안기부 엑스(X)파일’에는 1997년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만나, 돈을 건넬 특정 후보와 검찰 고위간부들의 이름·액수 등을 논의하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불법도청이라는 ‘형식’을 앞세워, 공익적 중요성이라는 ‘내용’을 강조한 언론인들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이 17일 불법 감청·녹음된 내용의 언론보도 ‘기준’을 제시하면서, 안기부 엑스파일 보도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테이프를 입수·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이상호(43) <문화방송>(MBC) 기자에게 징역 6월에 자격정지 1년, <문화방송>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보도한 김연광(49)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게는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수의견을 낸 이용훈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8명)은 “불법으로 감청·녹음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보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 보도가 정당할 수 있는 요건으로 △불법도청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보도가 이뤄졌을 경우 △불법도청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생명·재산 등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경우 등을 꼽았다. 대법원은 <문화방송>의 보도가 “국가기관의 불법녹음을 고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기 어렵고, 보도 내용이 8년 전 일이라 공적 관심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이인복 대법관은 “보도된 내용은 대기업이 대선과 검찰조직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법적인 행태로 민주적 헌정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 매우 중대한 공익과 관련돼 있다”며 무죄 의견을 냈다. 이들은 “8년 전 일이라도 재계와 정치권 등의 유착관계를 근절할 장치가 확립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나 정치자금 제공자로 거론된 대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보도의 시의성이 인정된다”며 “불법도청된 당사자들의 실명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대화 내용의 중대성, 공적 인물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도에 의한 이익이 통신비밀의 유지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엑스파일 보도는) 대선과 관련해 충분한 사회적 가치와 공적 기능이 있는 사안을 다뤘다고 본다.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으로서는 당연한 보도였다”며 “8년이 아니라 수십년이 지난 사안이더라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기능인데 이번 판결은 공익을 따지면서 공익에 눈을 감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남일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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