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안기부 X파일 보도’ 유사사건 미국선 무죄

등록 2011-03-20 20:53수정 2011-03-20 22:21

미 연방대법원, 불법도청 자료 언론보도 기준 / ‘안기부 엑스파일’ 보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과 법조계 비판
미 연방대법원, 불법도청 자료 언론보도 기준 / ‘안기부 엑스파일’ 보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과 법조계 비판
법학계 ‘같은 기준 다른 판결’ 비판 목소리
도청내용 판단 - “재벌·언론 유착정보 공익성 매우 커”
자료 취득과정 - “중요 취재에 사례비 주는것 일반적”
사적대화 보호 - “불법자금 모의외 은밀한 부분 있나”
#1. 1993년 미국 교원노조 임금협상위원인 글로리아 바트니키가 조합장과 나누는 전화통화를 누군가 도청해 녹음했다. 녹음테이프는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프레더릭 보퍼에게 전달됐고, 테이프 내용은 라디오를 통해 폭로됐다. 바트니키는 ‘방송사가 불법도청 사실을 알고도 폭로한 것은 도청을 금지한 연방법·주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2001년 연방대법원은 △방송사가 불법도청 과정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합법적 방법으로 테이프를 습득했고 △대화 내용이 중요한 공적 이슈를 포함한다며 “이런 정보를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판결했다.

#2. 2001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원의 휴대전화 통화 도청자료를 건네받아 <뉴욕 타임스> 등에 폭로한 짐 맥더멋 민주당 하원의원 사건에서 ‘바트니키-보퍼’ 사례를 따랐다. “언론보도가 도청된 자료에 의존한 것이라도 제3자로부터 합법적으로 받았고, 그 내용이 공적 관심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처벌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지난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안기부 엑스(X)파일’ 보도 사건에 유죄를 확정하며 ‘불법도청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사가 도청 내용을 보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학계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큰 틀에서 미 연방대법원 기준과 같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는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공익성 판단에서 미국 판례는 물론 일반의 법감정이나 상식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다수의견(유죄)은 재벌그룹(삼성) 경영진과 유력 일간지(중앙일보) 사장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이나 검찰에 돈을 주는 문제로 밀담을 나눈 것에 대해 “실제로 돈을 줬다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자고 상의한 것으로 ‘비상한 공적 관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 후보 진영 등에 불법자금 제공을 ‘모의’하는 내용을 8년 뒤에 보도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별 중요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학계 한 관계자는 20일 “엑스파일 정보의 특수성은 국가보다 더 막강해진 재벌과 일부 언론의 유착에 대한 비판·감시와 관련돼 있어 시기와 상관없이 그 공익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은 ‘8년이 지나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오히려 8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이 떨어졌다”며 “국제적 기준으로 본다면 대법원이 ‘불법도청 내용은 8년이 지났으므로 공개해도 된다’로 갔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엑스파일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쪽이 도청 테이프를 가진 이에게 취재 사례비를 준 것을 들어 “불법자료 취득에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미국 판례는 불법도청에 직접 가담·공모하지 않은 경우는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일반사건 취재에서도 일정한 사례비가 건네지는 경우가 있는데, 엑스파일 같은 중요한 취재에 일부 사례비를 준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헌법학계 관계자도 “이미 제3자에 의해 불법도청이라는 범죄행위가 종결된 뒤 관련 정보를 뒤늦게 입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례비를 주는 것이 무슨 죄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진 개인간 대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대화 내용 중에 불법자금을 주자는 범죄행위 이외에 사생활로 보호해야 할 은밀한 내면세계가 있었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