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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위장폐업 해고자들 손배소도 가능”

등록 2011-03-21 19:41

노조와해 노리고 직장폐쇄→폐업→새 회사 설립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소송 했어야” 원심 뒤집혀
철제 펜스 제작·설치업체인 ㅎ사에서 일하는 장아무개(55)씨 등 생산직·사무직 노동자 7명은 2003년 2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사업주 박아무개(64)씨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시간 초과분(3년치 연장근로수당) 지급 △임금 인상 △기본급과 수당으로 짜여진 근로계약 체결 등을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단체교섭이 지지부진하자 사쪽의 성의가 없다고 판단한 노조는 그해 5월 지역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노동위는 노사 양쪽의 주장 차이가 크다며 결론을 내지 않고 조정을 종료했다. 노조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쟁의에 들어갔다. 일부 단체협상에 진전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사업주가 거부하는 통에 노조는 결국 6월 말부터 1주일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회사 주변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수준의 집회·농성을 했지만, 회사 쪽 대응은 강경했다. 사업주 박씨는 파업 시작 당일 곧바로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2003년 12월 다섯 달의 직장폐쇄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박씨는 이종처남에게 ㅎ사 공장과 집기 등을 파는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꾸민 뒤 폐업신고를 했다. 장씨 등은 모두 퇴직 처리됐다. 곧이어 회사 이름을 ‘ㅎ펜스’에서 ‘ㅎ울타리’로 살짝 바꾼 회사가 새로 설립됐다. 대표이사는 박씨의 이종처남, 이사는 박씨의 아들이었다. 너무 티나는 ‘위장폐업’이었다.

직장폐쇄 기간에 회사를 상대로 여러 차례 고발·민원을 제기한 노조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자 신분이 됐다. 장씨 등은 사업주 박씨를 상대로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우선적으로 청구(주위적 청구)했다. 1·2심은 “위장폐업에 따른 부당해고이기 때문에 노조원들과 회사 사이에는 여전히 근로관계가 존속된다”며 “따라서 손해배상이 아닌 임금지급 소송을 청구했어야 한다”고 노조 쪽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손해배상 소송과 임금지급 소송 중 어느 쪽도 선택 가능하다”며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노조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사업을 폐지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해 일거에 노조를 와해시킨 뒤 다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다”며 “위장폐업으로 부당해고된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에 바탕한 임금 청구와 부당해고라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법적 근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판례와 다르지는 않지만 두 가지 청구중 어느 쪽도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낸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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