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별 수백만원 소득 누락…“전관은 ‘0’ 하나 더 붙을것”
‘세무조사 결정’ 대법 판결은 원심 깨고 “항고소송 대상”
‘세무조사 결정’ 대법 판결은 원심 깨고 “항고소송 대상”
‘약정금 400만원. 성공보수는 경찰 또는 검찰 단계에서 성공한 때 600만원, 보석청구 허가 땐 300만원, 선고유예·집행유예 300만원.’
지방 대도시에서 변호사를 하는 ㄱ씨의 9년 전 형사사건 수임내역 장부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사건을 맡으며 착수금으로 400만원을 받은 뒤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로 풀려나면 6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는 내용이다. 구속기소가 됐더라도 법원에서 보석을 받아주면 300만원을 받고, 나아가 실형까지 면하면 300만원을 더 준다는 뜻이다. 성공보수가 단계별·상황별로 촘촘하게 책정돼 있다.
그 사이 변호사 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지만 ‘고소득 전문직 탈세’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직업이 변호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성공보수 등을 축소하거나 아예 누락하는 방법으로 탈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과세당국도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ㄱ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을 하다 나온 ㅇ씨가 지난 2006년 초 국세청에 두툼한 장부와 함께 ㄱ 변호사의 탈세 혐의사실을 제보했다. 장부는 ㄱ 변호사가 2000~2004년까지 수임한 형사사건 약정서와 민사사건 접수부였다. 세무조사 결과, ㄱ 변호사는 해당 기간에 13억9천여만원(세무당국의 1심 제출자료 기준)을 벌었지만 실제 종합소득세로 신고한 금액은 9억1천여만원에 불과했다. 5억원 가까이 누락된 것이다. 세무당국은 이를 근거로 ㄱ 변호사에게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1억8천여만원의 세금을 새로 부과했다.
“1차 세무조사에서 성공보수가 누락됐다”는 ㅇ씨의 추가제보를 받은 세무당국이 2차 세무조사를 통고하자 ㄱ 변호사는 “이미 세무조사를 마쳤고 해당 접수부는 사무소 운영 편의를 위한 내부문서에 불과할 뿐 정확한 수입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세무조사 결정처분 취소소송과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2심은 일부 세금을 다시 계산해 결정하면서도 ‘세무조사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세무조사 결정은 납세자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며 사건을 해당 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전관은 얼마나 버나 ㄱ 변호사는 판사·검사 출신인 이른바 ‘전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관 출신들은 얼마나 받을까. 서울지역의 한 전관 변호사는 “업계 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잘나가는 전관들은 어려운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거나 선고유예·보석 등을 받아내면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까지 성공보수를 받기도 한다”며 “지방보다는 이른바 ‘0 하나가 더 붙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10억원에 달하는 성공보수 지급 여부를 두고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와 의뢰인이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세청 내부보고서를 인용해 부장판사·부장검사급 이상 전관 변호사의 수임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형사사건은 착수금만 최소 1천만원 이상, 불구속됐을 때는 3천만~1억원, 보석은 2천만원 이상, 기소유예 선고는 5천만원 이상의 성공보수를 챙긴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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