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
기업 ‘차명계좌’로 돈 전달…비상근직 ‘고액’ 의문도
검찰, 국세청-한 전청장 제3자 수뢰혐의 적용 검토
검찰, 국세청-한 전청장 제3자 수뢰혐의 적용 검토
에스케이(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기업체 10여곳이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에게 수억원의 돈을 건네면서(<한겨레> 3월24일치 1면) 일부 기업이 돈세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돈거래가 세무조사 등 국세청 업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2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한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네면서 직접 전달하지 않고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정상적인 자문료를 지급할 경우 이런 방식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기업들이 돈을 건넨 구체적인 정황과 세탁 방법 등의 조사 여부를 검토중이다.
검찰은 특히 이들 기업이 국세청 세무조사 등과 관련된 청탁이나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넸을 것으로 보고, 한 전 청장과 현직 국세청 직원들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죄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민간인이 금품을 받고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알선수재죄의 경우 청탁의 대가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지만 뇌물죄는 ‘잘 봐주겠다’는 포괄적인 업무 관련성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체들이 한 전 청장에게 전달한 액수는 업계 관행에 비추어도 파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금융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기업 또는 금융기관의 비상임 고문들은 급여가 1억원을 크게 웃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세청장·검찰총장 등 고위직 사정기관장을 역임한 경우에도 비상근 고문은 1억원 안팎의 급여를 주는 것이 통례”라고 말했다.
또 상시 출근하는 상임고문들의 급여와 견줄 때 한 전 청장의 자문료를 둘러싼 의혹은 더 도드라진다. 금융권·대기업들은 전직 금융감독기관장이나 사정기관장급 인사를 상임고문으로 채용할 때 3억~5억원의 고문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한 전 청장이 에스케이텔레콤과 현대차 두 곳에서 받은 돈의 합계와 비슷하다. 그러나 상임고문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업체가 관계 당국에서 각종 규제나 제재를 받을 경우 변호사 선임과 내부 동향 파악 등 적극적인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2009년부터 미국에 체류해온 한 전 청장이 이런 상임고문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억원대 자문료를 기업에서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노현웅 최우성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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