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베르테르효과 절망의 전염을 막아라
“마치 전염병 같아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재학생이 올해 들어 세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학교 관계자는 이렇게 걱정했다. 이 대학의 정재승 교수(38. 바이오 및 뇌공학)는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 교수는 3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학문의 열정과 창의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바꾸고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카이스트가 ‘질책이 아닌 격려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정 교수는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이 여러분을 자살로 내몰아 가슴이 참담하다”며 “카이스트의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와 경쟁 압력 속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학생들에게, 교수로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정재승 교수는 학생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고 “제발 힘들 땐 교수들의 방문을 두드려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월 ‘로봇영재’ 출신인 조아무개씨가 성적 문제 등을 고민하다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때부터 내외부에서 잠재력 있는 인재를 틀에 박힌 성적 경쟁으로 압박하는 현행 학사 운영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정한 성적에 못 미치거나, 8학기 이상 재학하는 학부생에게는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제도에 대한 불만도 다시 거세졌다. 이 제도는 2006년 취임한 서남표(75) 총장이 ‘학업을 독려하겠다’며 2007학년도부터 도입했다. 학점이 3.0(4.3 만점) 이상 3.3 미만이면 기성회비 150여만원을 내야 하고, 3.0 미만이면 0.01점당 6만여원을 납부해야 한다. 학부생이 8학기 이내에 졸업하지 못하면 그다음 학기부터는 1년에 1500여만원에 이르는 ‘수업료 폭탄’도 감수해야 한다.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해 말 학교 쪽과 학부 총학생회가 협의해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개선된 제도는 2011학년도부터 적용되고 있다. 평균평점이 3.0 이상 3.3 미만이면 기성회비 157만5천원을 내야한다. 3.0 미만이면 0.01점당 6만3000원씩 계산해 납부해야 하는 것은 이전과 같지만, 첫 학기에는 절반만 내게 했다. 예를 들어 내야 할 등록금이 300만원이면 첫 학기에는 150만원만 내면 되고, 두번째 학기인 경우에는 4분의 3을, 세번째 학기부터는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단, 중간에 한 학기라도 3.3 이상이면 ‘초기화’되어 등록금이 누적되지 않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올해 1학기와 2학기 모두 평균평점이 3.3 미만이어서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이 내년 1학기에 평점이 3.3 이상이고, 그다음 학기에 3.3 미만이라면 ‘첫 학기’로 간주해 납입등록금의 절반만 내면 된다.
이전 제도는 학생들에게 심리적 부담이 컸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조금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심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4~7월 대학원 총학생회가 대학원생 900명에게 물어본 설문조사에서도, 등록금 차등 부과 및 일정 학기(석사 3년, 박사 5년) 초과자 수업료 부과 정책에 응답자의 70% 안팎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것에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지난 20일 카이스트 2학년생 김아무개(19)씨가 경기도 수원시 집에서 유서를 남긴 채 투신했고, 1월에는 전문계 고교 출신으로 ‘로봇영재’로 불리던 조아무개(20)씨가 성적 문제 등로 고민하다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29일에는 장아무개(25)씨가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씨는 입학 초기에는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 후 복학한 지난 학기 성적도 3.6으로 좋았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지난해 4~7월 대학원 총학생회가 대학원생 900명에게 물어본 설문조사에서도, 등록금 차등 부과 및 일정 학기(석사 3년, 박사 5년) 초과자 수업료 부과 정책에 응답자의 70% 안팎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것에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지난 20일 카이스트 2학년생 김아무개(19)씨가 경기도 수원시 집에서 유서를 남긴 채 투신했고, 1월에는 전문계 고교 출신으로 ‘로봇영재’로 불리던 조아무개(20)씨가 성적 문제 등로 고민하다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29일에는 장아무개(25)씨가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씨는 입학 초기에는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 후 복학한 지난 학기 성적도 3.6으로 좋았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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