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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진 할퀸 조선학교…‘몽당연필’이 희망쓴다

등록 2011-04-05 21:31수정 2011-04-06 10:14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조선학교를 돕기 위해 ‘몽당연필’을 발족한 배우 권해효씨, 영화감독 김명준씨, 가수 이지상씨(왼쪽부터)가 4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앞에서 만나 사진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조선학교를 돕기 위해 ‘몽당연필’을 발족한 배우 권해효씨, 영화감독 김명준씨, 가수 이지상씨(왼쪽부터)가 4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앞에서 만나 사진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가수 안치환·감독 김명준 등 피해돕기 공연
도호쿠·후쿠시마 조선학교, 벽 무너지고 방사능 ‘먹구름’
모금·재능기부로 지원 손길…27일 웰컴시어터서 첫 공연
상처 난 땅은 봄도 춥다. 교실 바닥은 들려 올라갔고, 교원실(교무실) 벽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방사능 피폭 우려로 학생들은 ‘피난’을 떠났고, 졸업식과 입학식은 한 달 가까이 늦춰졌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조선학교들을 위해 작은 ‘몽당연필’ 하나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다. ‘희망’.

한 남자가 세 남자에게 거푸 전화를 돌렸다. 지난달 일본 지진 발생(3월11일) 직후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재일 조선학교 이야기)를 찍은 김명준(1970년생) 감독의 제안에 1965년생 뱀띠 친구 세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화답했다. 가수 안치환·이지상씨와 배우 권해효씨는 지난달 20일 김 감독과 만나 지진으로 고통받는 재일 조선학교를 도울 방법을 모색했다. 긴급 모임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으고 ‘몽당연필’이라 이름 붙였다. ‘연필을 깎아내고 깎아내서 더 이상 짧아질 수 없을 때까지 아껴 쓰는 마음’으로 돕자는 의미였다. 한민족복지재단과 지구촌동포연대, 어린이어깨동무 같은 여러 단체들도 동참했다.

재일 조선학교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도호쿠 조선초중급학교’(미야기현 센다이시)의 교무실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교원실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책상도 여기저기서 나뒹굴고 있다.  몽당연필 제공
재일 조선학교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도호쿠 조선초중급학교’(미야기현 센다이시)의 교무실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교원실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책상도 여기저기서 나뒹굴고 있다. 몽당연필 제공

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 까닭은 조선학교들의 상황이 그만큼 급박해서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도호쿠 조선초중급학교’의 피해가 가장 컸다. 학교 건물들엔 금이 쩍쩍 갔고, 교실 바닥이 통째로 치솟았으며, 음악실 바닥은 거꾸로 가라앉았다. 교원실 벽은 무너졌고, 주차장 바닥은 갈라졌다. 윤종철 교장은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울어진 학교 건물들이 위험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급한 대로 기숙사를 임시 교실로 사용하고 있지만 교실 건물을 다시 짓지 않고선 수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3월 초로 예정됐던 졸업식도 27일에야 치를 수 있었다.

원전 폭발 지역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후쿠시마 조선초중급학교’는 방사능 피폭 우려로 학생들을 다른 지역으로 대피시켰다. 불안감 때문에 아예 다른 현으로 이사하는 집들도 생겨나고 있다. 정송철 교무주임은 “우리 학교는 건물이 무너진 정도는 아니지만 방사능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전교생이 23명이었지만 피난 간 학생들이 빠지면서 15명으로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몽당연필을 만들기까지 네 명은 각자의 자리에서 오랜 기간 조선학교와 인연을 맺어왔다. 권해효씨는 2002년 금강산에서 ‘재일본 조선대학교’ 학생들과 만난 뒤부터, 이지상씨는 2000년 오사카 공연 때 그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쏟던 학생들을 접한 뒤부터, 안치환씨와 김 감독도 각각 1991년 조선대학교 공연과 2007년 <우리 학교> 제작 뒤부터 조선학교들을 틈틈이 찾으며 교류해왔다. 권씨는 올 10월에도 홋카이도 조선학교 방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6일 활동을 공식화하는 몽당연필의 조선학교 돕기는 주로 모금과 재능기부 형태로 꾸려진다. 권씨는 “가수와 연주자, 배우와 다큐멘터리 감독, 공연기획자들이 매달 셋째 주 수요일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조선학교 지원금으로 쓸 방침”이라며 “조선학교 현실이 금방 잊히지 않도록 최소 1년 이상 긴 호흡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악공연은 물론 토크쇼나 강의, 바자회를 진행하고, 지진 피해 조선학교를 담은 안해룡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상도 틀 생각이다. 이씨는 “조선학교는 동포 사회의 중심이다. 같이 잔치하고, 같이 울며, 같이 밥을 나누는 곳인 학교가 무너지면 마을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학교가 재건될 때 기둥뿌리 하나라도 올려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지진 후 도호쿠 조선학교 교사들이 학교 식당에 한 글자씩 써붙인 문구가 ‘대지는 흔들려도 웃으면서 가자’였다. 우리 활동을 보고 힘든 상황에 놓인 동포들이 외롭지 않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몽당연필의 첫 모금공연은 27일 저녁 8시 서울 중구 ‘웰컴시어터’에서 열린다. 모금계좌 1005-501-812567(우리은행), 문의 070-8613-5903. 이문영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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