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제동원 생존자 김영환(87)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엄지원 기자
김영환씨등 헌법소원·1인시위
헌재 “국외동원만 지급 합헌”
법 개정안 국회통과도 미지수
헌재 “국외동원만 지급 합헌”
법 개정안 국회통과도 미지수
1945년 3월, 스물한 살이던 김영환(87·사진)씨는 일본군의 징병통지서를 받고 경기도 시흥의 제3훈련소로 강제징병 됐다. 훈련소에 도착하자마자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쉴새없이 방공호를 만드느라 땅을 파야했다. 중노동과 고된 훈련이 계속됐지만 단무지 두 쪽과 허여멀건 된장국, 거친 잡곡밥으로 견뎠다고 한다. 그는 해방된 뒤에야 고향인 전라북도 전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일본, 사할린 등으로 끌려간 국외 강제동원자들처럼 우리 역시 끌려가 고통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라며 “(피해자가)하나둘씩 죽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보상 결정이 났으면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3월31일 국외로 끌려간 강제동원자만 강제동원희생자로 규정하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김씨는 지난달 28일에는 헌재 앞에서 “일제시대 국내 현장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게도 죽기 전에 보상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며 1인시위도 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강제동원위원회)’에 접수된 자료를 보면, 국내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는 2만5140명, 국외에서 강제노역을 한 피해자는 19만8704명이다. 강제동원위원회는 국내 2만5140명 가운데 3000여명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외 강제동원자의 경우 정부가 사망·부상·행방불명자의 유족에게 한 사람당 최대 2000만원, 생존자에게는 해마다 80만원을 지급한다. 강제동원위원회 쪽은 “압록강 이북의 강제동원자는 보상을 받지만, 경계 바로 아래 이남의 사망자·생존자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이 보상을 받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녹록지 않다. 헌재는 지난 2월27일 박아무개씨가 낸 헌법소원에서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국외 강제동원자만 보상하는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민주당 장세환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이 국내 강제동원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승준 엄지원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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