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섞인 것으로 보이는 비가 내린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커다란 우산에 비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2개 측정소서 모두 방사성 요오드 검출
환경부 뒤늦게 정수장에 “덮개 씌워라”
교과부 지침도 없어 교육청들 ‘늑장 대응’
환경부 뒤늦게 정수장에 “덮개 씌워라”
교과부 지침도 없어 교육청들 ‘늑장 대응’
7일 전국에 걸쳐 적은 양이지만 방사성 물질이 섞인 ‘방사능비’가 내렸다. 시종 안전하다고 강조해 온 정부가 정수장에 비를 막는 덮개를 설치하는 등 허겁지겁 ‘뒷북’ 대책을 내놓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날 전국 12개 측정소에서 6일 채취한 대기 시료에서 모두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1㎥당 서울 1.29밀리베크렐(m㏃), 군산 3.12밀리베크렐이 검출되는 등 농도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방사성 물질은 빗물에 붙은 채 떨어져 하천과 지하수, 토양에 흡수된다.
환경부는 비가 내리기 직전인 6일 오후에야 노천 정수장에 빗물 방지용 덮개를 씌우라는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다. 또한 배수지 수위를 최고로 유지하고 병입 수돗물 생산시설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방사능 농도가 낮아 위험하지는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닐·천막 등을 덮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한두 차례 방사능비가 내린 뒤여서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규모가 큰 대도시 정수장은 비닐·천막으로 덮는 데 한계가 있어, 앞으로 내릴 방사능비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이날 6개 정수장 가운데 영등포·광암 2개 정수장에만 비닐 덮기를 마쳤다. 환경부는 이동·고정식 덮개를 설치하는 등 ‘정수장 관리지침’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현장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도 방사능비가 한참 내리던 7일 아침 9시에야 ‘야외학습 및 활동 자제 안내’ 공문을 각 학교에 내려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 지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황사의 경우 기상청 경보가 나오면 즉시 공문을 보내지만, 방사능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기상청에서 경고나 주의 등의 지침이 없었다”며 “관련 부처가 문제없다는데 우리가 먼저 공문을 보내면 불안감을 증폭시킬까봐 고민하다 오늘 아침에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괜한 불안심리를 조장하지 않기 위해서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태도다. 이날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원전 및 방사능 관련 유관 기관 대책회의’에서 기상청은 “제주도 빗물에 섞인 방사성 물질을 조사해 보니, 일본 후쿠시마에서 온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남쪽 해상에서 고기압이 동진하고 있어 후쿠시마 상공의 공기가 직접 한반도로 유입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노출량에 비례해 암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과 사전예방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미나 단국대 교수(예방의학)는 “개인 차원에선 공포심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전인구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건 공중보건상 문제가 있다”며 “불필요한 노출을 피하라고 권고하는 등 최소한 지침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김민경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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