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국세청장 발언 내용
검찰 “모든 의혹 다 털 이유는 없다”
기업 자문료·그림로비만 기소 방침
기업 자문료·그림로비만 기소 방침
‘안원구 감찰’의 불법성이 확인되면서 이를 지시한 이현동(55) 국세청장이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각종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세청 수장인 이 청장의 사법적 책임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여전히 검찰은 한 전 청장의 개인 비리 혐의만 들여다보는 ‘축소지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는 공공연하다. 수사팀 관계자는 한 전 청장 퇴임식 당일 있었던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불법 감금에 대해 “진검 승부가 되려면 무고가 되건 어떻게 되건 간에 (안 전 국장 쪽에서) 고소·고발을 해서 붙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은 국세청 직원이 개입된 7억원대 자문료 수수 등 한 전 청장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범죄를 구성하기 힘든 모든 의혹까지 다 털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던 터였다.
그러나 ‘이 청장 녹취록’을 보면, 한 전 청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안 전 국장을 몰아내기 위해 이 청장을 필두로 국세청이 ‘압력 행사’에 나섰던 징후는 명백하다. △한 전 청장 퇴임 당시 있었던 11시간이 넘는 불법 감금 △‘그림 강매’ 혐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안 전 국장에 대한 불법 감찰 행위 등 안 전 국장이 한 전 청장에게 맞서다 겪었다고 주장한 피해 사례에 대해 이 청장은 ‘조직을 위해 행동한 오버 행위’였다고 사실상 시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9월20일에 이런 내용의 기사를 준비하던 <월간조선> 편집장과 취재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 청장은 “(상대편에서) 다 불어버리면 뭐, 제가 책임을, 사표 쓰고 나오면 된다. 방법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에 있던 한 전 청장에게 ‘주정업체 자문료’를 보내준 국세청 간부 ㄱ아무개씨도 동석했다.
국세청의 ‘안원구 감찰’을 자신이 지시했다는 이 청장의 발언 앞에서, ‘고소장만 기다린다’는 검찰의 논리는 옹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법 감금 등 혐의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이 검찰 수사는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주 중 △주정업체한테서 수천만원대 자문료 수수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부분에 대해서만 한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