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4일 오세훈 시장이 참석하는 식목행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2500만원을 들여 설치한 철제 계단의 모습. 식목행사를 위해 놓았다지만 계단 주변에선 새로 심은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하늘공원 식목행사 20분 위해 2500만원 들여
시민들 “세금 낭비” 비판에 시 “작업용 시설”
시민들 “세금 낭비” 비판에 시 “작업용 시설”
“일주일 전에 인부들이 계단을 설치하는 모습을 봤어요. 근데 계단이 왜 여기에 있죠?”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 주변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만난 이 동네 주민 김아무개(40)씨는 야트막한 언덕에 뜬금없이 설치된 길이 100m가 넘는 임시 철제 계단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공원이 생길 때부터 놓인 목제 계단을 이용해 하늘공원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문제의 임시 계단은 지난 1일 갑자기 설치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무원 80여명이 참석하는 식목일 나무 심기 행사 사흘 전이었다. 행사 당일인 4일 오 시장과 공무원들은 흙길 대신 이 계단을 밟고 비탈을 올라 묘목을 심었고, 오 시장은 현장에 20분 남짓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 서울시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에 쓰러진 나무 30그루를 제거하고 생태적 안정성이 강한 묘목 2500여그루를 심었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계단을 설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2500만원, 2250그루의 묘목을 사는 데 쓰인 돈은 계단 설치 비용보다 적은 2250만원이었다. 계단은 건축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립식 임시 철재를 활용해 경사 30도 안팎의 흙비탈에 두 군데로 나뉘어 설치돼 있다.
주민 김씨는 “그냥 올라가도 될 경사인데 돈을 들여 계단을 설치한 게 사실이라면 시민의 세금을 낭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돈으로 나무를 더 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변을 지나던 주민 최화자(65)씨도 “평소 시민들 불편에는 귀를 안 기울이던 공무원들이 자기들 편하자고 하는 일에는 돈을 참 쉽게 쓴다”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도 12일 논평을 내어 “서울시의 식목일 행사는 계단 가설 행사였다”며 “오 시장이 비탈길을 걸어 올라갔다면 식목일 행사의 의미를 더욱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서울시 공무원들의 과잉충성이 참으로 목불인견”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어 “올해 4월부터 나무 구입비와 심는 비용 등 총 2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쓰러진 나무를 제거하고, 2015년까지 약 21만6000주의 나무를 식재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단기간에 철거할 시설이 아니고 작업 및 관리용으로 장기 활용할 계단”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 식목일 행사를 위한 임시 계단은 절대 아니다”라며 “임시 철재로 설치한 것은 다른 곳에서 작업할 때 계단을 옮겨 재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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