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체포왕〉의 한 장면
협조 못받아 구청에서 촬영
임찬익 감독은 지난해 9월 서울경찰청에 새 영화 <체포왕> 시놉시스(줄거리 요약본)와 시나리오를 건넸다. 서울 마포·서대문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의 검거 실적 경쟁을 담은 영화 배경으로 경찰서 촬영 협조를 부탁한 것이다. 박중훈, 이선균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데다, 경찰이 지난해 6월 종영한 경찰 관련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전폭적 후원을 한 터여서 무난한 협조를 기대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서울경찰청은 지원을 거절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검거 실적주의가 사회적 논란이 된 상황에서 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내용이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감독은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서울청 관계자를 만나 결국 좋은 형사들로 성장하는 내용이라고 설득했지만, 조 청장이 중시하는 정책을 건드려서인지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성과주의’는 지난해 8월 말 취임한 조 청장의 조직운영 방향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해 1~8월 서울청장 재직 시절 강도, 절도, 폭력 등 사건 검거 실적을 점수로 매겨 경찰서를 서열화했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적 경쟁으로 무리한 수사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서울 양천서 형사들이 혐의자들을 고문, 폭행한 사건이 불거졌고, 당시 강북서장은 조 청장 사퇴를 요구하다 파면당하기도 했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체포왕>은 검거 점수 2000점이 걸린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한 마포, 서대문서 강력반의 경쟁을 코믹하면서도 사실감있게 다룬 영화다. 점수를 쌓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옆 구역 경찰이 잡은 범인까지 가로채 실적을 올리는 일화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하지만 제작진은 마포·서대문서의 실제 내부공간은 담지 못했다. 제작진 한 관계자는 “마포서는 서울 시내 구청을 빌려 대신 촬영했고, 서대문서는 결국 세트를 지어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 청장의 성과주의는 주요 범인에 대한 검거를 얼마나 했는지에 대한 정량 평가와 인권을 중요시하며 공정하게 수사했는지 등의 질적 평가를 종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영화가 단순 검거 실적만 다룬다면 국민 만족도를 높이려는 성과주의 본질과 빗나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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