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대 중 275대 피해…재해복구 시스템도 제구실 못해
모든 금융거래를 20시간 동안 마비시켰던 농협중앙회의 전산장애로 농협 서버 553개 가운데 절반가량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협력업체인 아이비엠(IBM)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 한대가 농협 서버의 절반을 손상시킨 셈이다.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과 임원진은 이날 오후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협력사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실행된 약 5분 동안 275개의 서버에서 데이터 일부가 삭제됐다”고 밝혔다. 아이비엠 직원의 노트북과 연결된 서버는 전체 553개 중에 320개다. 이 중 275개 서버의 파일 일부가 손상됐다는 것이다.
협력업체의 직원이 서버의 시스템 파일에 접근할 때는 내부직원이 입회해야 하지만 이런 내부통제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태민 농협 전산부장은 ‘협력사 직원이 시스템 파일을 삭제하고 파괴하는 것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그런 작업을 할 때는 농협 직원이 입회한 상황에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농협 직원이 입회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중이라 답하지 못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또 사고가 나면 이를 복구하는 재해복구 시스템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회장은 사건 발생 당일인 12일 이 사실을 직접 보고받지 못하고 ‘다른 경로’를 통해서 받았다고 밝혀 보고체계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최 회장은 “다른 방향에서 그 내용을 알고 ‘이 무슨 소리냐 하니까’ (그때서야)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