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 관련 4대 의혹과 검찰 판단
한상률 수사결과 발표
‘의혹 리스트’에 없었던 주정업체 뇌물수수 밝혀내
그림 받은 전군표 부부·자문료 준 대기업은 면죄부
이상득 의원 로비·이 대통령 도곡동 땅 의혹 ‘모르쇠’
‘의혹 리스트’에 없었던 주정업체 뇌물수수 밝혀내
그림 받은 전군표 부부·자문료 준 대기업은 면죄부
이상득 의원 로비·이 대통령 도곡동 땅 의혹 ‘모르쇠’
검찰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주정 업체에서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밝혀냈다. 애초 ‘의혹 리스트’에는 없던 수사의 성과다. 그럼에도 그를 둘러싼 의혹의 뇌관 몇 가지는 그대로 남았다. 검찰은 특히 권력 핵심부와 맞닿은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일관했다.
■ 한 전 청장 기소로 꼬리자르기? 검찰은 애초부터 의혹으로 제기돼온 ‘그림 로비’ 이외에 주정(술 원료) 업체에서 ‘자문료’라는 이름으로 한 전 청장이 받은 6900만원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주정 생산량 결정권과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국세청 소비세과의 간부 ㄱ씨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자문료를 한 전 청장에게 모아줬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인 ㄱ씨가 뇌물죄의 ‘정범’이라면, 이런 행위를 공모하고 자문료를 직접 받은 한 전 청장은 비록 공무원이 아니지만 같은 죄의 ‘공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전·현직 국세청 간부와 대기업 등이 연루된 각종 의혹은 차단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전군표(57·가석방중) 전 국세청장한테 <학동마을> 그림을 건넨 행위에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지만, 정작 그림을 받은 전 전 청장은 “부인이 뇌물로 그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전 전 청장의 부인은 남편의 지위를 업고 뇌물을 받아 처벌해야 하지만, 검찰은 “남편이 입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인만 기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또 한 전 청장이 에스케이텔레콤, 에스케이에너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서 받은 수억원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기업과 정식으로 ‘자문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 있는 전직 국세청장에게, 보통 고문으로 위촉된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액수보다 훨씬 큰 금액을 주고받았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 판단에 수긍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 정권 핵심과 잇댄 의혹엔 모르쇠? 검찰의 면죄부는 현 정권 실세와 관련된 비리 의혹에 집중됐다. 안원구(51·수감중) 전 국세청 국장이 제기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연임로비 의혹이 대표 격이다. 안 전 국장은 2009년 1월 한 전 청장의 부탁으로 이 의원을 만나, 그의 연임을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실제로 안 전 국장이 당시 국회로 찾아가 국회부의장실을 방문한 기록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 전 국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는 이 의원의 서면답변서만 받고 수사를 끝냈다. 연임 로비의 대가는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인 청탁 및 요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연결되는 도곡동 땅 의혹을 두고서도 소극적 태도는 이어졌다. 안 전 국장은 자신이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포스코건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보고서 가운데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문건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주장의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도곡동 땅의 소유권을 둘러싼 논란은 1997년에 있었는데,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 기간이 2002~2006년이어서 안 전 국장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논리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시작은 요란했으나…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출국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돌연 귀국해 지난 2월28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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