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땅·연임로비 의혹, 대질조차 안해…재수사 해야”
‘도곡동 땅 의혹’, ‘연임 로비 의혹’ 등 한상률(58) 전 국세청장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다, 국세청에서 밀려나온 안원구(51·수감중) 전 국세청 국장이 17일 검찰의 한 전 청장 사건 수사 결과를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안씨는 부인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를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이번 수사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언젠가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진정한 수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씨 쪽은 먼저 검찰이 “상급자가 하급자한테 돈을 요구하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연임 로비 목적 3억 요구 의혹’을 반박했다. 안씨는 한 전 청장이 “실세한테 필요한 부분이 있고, 10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중 3개를 만들 수 있겠느냐?”, “3억원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먼저 요구해 왔다며, 손가락 세개를 펴보인 정황과 당시 대화를 나눈 장소(서대문구 ㅅ호텔 일식집), 함께 마신 와인의 종류까지 자세히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안 전 국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간략히 결론을 낸 바 있다.
안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 수사도 미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현직 세무 공무원을 불러 조사했으나, 안씨가 주장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 대통령’이라는 문건을 본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씨는 “현직 세무 공무원이 현직 대통령 관련 의혹에 입을 열 수 있겠느냐”며 “(안씨와) 대질조차 하지 않고, 그들의 말만 듣고 덮은 것은 수사 의지 부족”이라고 못박았다. 또 해당 문건을 봤다고 주장했던 포스코건설 세무조사가 2007년(2002~2006 회계연도 범위)에 있었지만, “당해 회계연도에 일어난 조세법 위반 사실을 검사하기 위해 그 이전·이후 자료를 함께 조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했다. 검찰은 도곡동 땅 거래가 1997년의 일이어서 2007년 세무조사에서 문건이 나왔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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