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자문기구 “평등권 침해”…개정시안 반영키로
부모나 장인·장모 등 자신과 배우자의 직계 존속을 살해할 경우 일반적인 살인죄보다 가중처벌하는 ‘존속살해죄’ 조항이 형법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한국 고유의 ‘효’ 사상과 헌법상의 평등권 등이 부딪히는 지점으로, 폐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위(위원장 이재상 이화여대 석좌교수) 관계자 등에 따르면, 특위는 최근 회의에서 형법의 ‘살인의 죄’ 장에 포함된 존속살해 조항(제250조의 2항)을 없애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개정 시안에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특위는 헌법의 평등권 조항(제11조)을 고려할 때 존속살해는 출생 관계에 따른 차별적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런 결정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유기징역의 상한을 높인 개정 형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형법은 일반 살인죄에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존속살해죄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개정 형법에선 일반 살인죄에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의 유기 징역’으로 바뀌었다. 반윤리적 범죄라는 정상 참작 사유에 대해 재판부가 큰 폭의 양형 재량을 갖고 있으므로 존속살해죄 폐지에 따른 윤리적·도덕적 문제점이 줄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위는 또 같은 이유를 들어 존속상해죄(제257조의 2항)·존속폭행죄(제260조의 2항)도 모두 폐지하고 일반 상해와 폭행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또 아이를 낳은 부부 모두를 처벌 대상으로 삼았던 영아살해죄(제251조)도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만 적용하도록 했다.
우리 법제와 가장 유사한 일본도 존속살해와 존속상해치사, 존속유기 등 부모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많이 두었으나, 1973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한 뒤 1995년 가중처벌 규정을 모두 없앤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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