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경찰총수가 소환조사 받아서야 되겠느냐”
노 전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고발장 8개월만에 서면조사
노 전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고발장 8개월만에 서면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당한 조현오(56·사진) 경찰청장의 조사 여부를 놓고 검찰이 설설 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평소 최고 사정기관임을 자부해온 검찰이 유례없는 저자세를 보이자, 피고발인인 조 청장은 콧대가 한껏 높아진 모습이다.
조 청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3만 경찰 총수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만약 그쪽(검찰)에서 소환 요구를 한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을 서면조사한 사실이 알려진 뒤 추가로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내놓은 발언이다. 여느 피고발인한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자세다. 조 청장은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선 “그 문제에 대해선 더이상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한발 물러서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면, 조 청장이 검찰을 의식해 발언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통상적인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를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유독 조 청장한테는 철저히 ‘을’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이 조 청장의 ‘혀끝’에서 비롯된 명예훼손 사건임에도, 고발장이 접수되고 8개월이 지나도록 그를 소환조사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 역시 조 청장 사건에 대해서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
그사이 조 청장이 검찰에 보냈다는 서면답변서도, 그가 한 차례 답변 자체를 거부한 뒤 검찰이 간청해서 받아본 것이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답변서를 받은 시기는, 기다리다 못한 고발인(노 전 대통령 유족) 쪽이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온 때와 맞아떨어진다.
이렇게 경찰 총수 앞에 납작 엎드린 듯한 검찰의 수사 태도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조금씩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고발인 조사는 경찰청장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이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적 절차”라며 “저런 ‘예외’를 만들어 놓고 어떻게 시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수도권 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조 청장이 자기 입에서 시작된 사건에 대해 자숙은커녕 계속 입을 놀리고 있는데, 수사팀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직접조사를 마냥 미루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검사도 “조 청장의 명예훼손 혐의가 경찰청장으로서 저지른 범죄가 아니지 않으냐”며 “일반 피의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면 체포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금 검찰의 수사 태도는 스스로 검찰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문영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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