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과 ‘한문화 가정’ 아이들이 23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순헌관에서 함께 출연한 <뮤지컬 스쿨:에피소드1 학생회장 선거> 공연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다문화 어린이 경험담 녹여
뮤지컬 함께 만들고 정 나눠
“모습 그대로 친하게 지내자”
뮤지컬 함께 만들고 정 나눠
“모습 그대로 친하게 지내자”
다문화·한문화 어린이극단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나’로 행동할게. 내 모습 그대로 우리 친하게 지내자.”
햇살초등학교 학생회장에 출마한 제로미(최한솔)가 선거 최종 연설에서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중국인 어머니를 친구들에게 숨긴 하윤이(이지민)도, ‘다문화 아이들’에게 눈을 흘기던 지우(유서영)도 모두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불렀다.
23일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순헌관 강당에서 열린 <뮤지컬 스쿨:에피소드1 학생회장 선거>의 한 장면이다. 이 공연은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소장 한희숙)가 외환은행 나눔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창단한 어린이극단의 첫 작품이다. 극단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아이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 일대 ‘다문화 가정’ 아이들 12명과 ‘한문화 가정’ 아이들 7명이 서로 어우러져 지난 2월부터 이번 공연을 준비해왔다.
뮤지컬은 다문화시범학교인 햇살초등학교의 학생회장 선거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겪을 법한 경험과 고민을 춤과 노래로 녹여냈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지만 “내가 다문화라고 밝히면 내가 노래나 공부를 잘하는 것은 다 사라지고 중국에서 시집 온 가난한 어머니의 이미지만 남아요”, “다문화 아이들은 되도록이면 주목받고 싶지 않으려 해요” 등의 대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아픈 현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뮤지컬 기획에 함께한 아시아여성연구소의 박유민 연구원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직접 주체가 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 아이들은 “피부색이나 눈동자가 다른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되물었다. 한국인 부모를 둔 문아름(도촌초6)양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모두 똑같은 친구들인데 차별하는 것은 나쁘다”며 “우리는 ‘다문화’란 말을 의식하지 않고 뮤지컬 연습을 재밌게 했다”고 대답했다. 대만 국적의 어머니를 둔 이이정(구산중3)양도 “외모는 조금 달라도 우리는 다 똑같은 보통사람인데, 사회에서 오히려 우리를 구분 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인공 오하윤 역을 맡은 이지민(고척초6)양은 “어머니가 중국분인데 부모님이 서로 나라가 다르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극단 백수광부의 박정민 프로듀서는 “연습 과정에서 아이들은 노래·춤·연기로 서로 마음이 통했다”며 “이번 공연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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