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해당교사간 학사운영 갈등 ‘불똥’ 튄듯
법정서 불리한 증언 경비원에 시말서 요구도
법정서 불리한 증언 경비원에 시말서 요구도
경기도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의 수업을 참관했다는 이유로 이 학교 청소노동자를 해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학교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학생들을 교회로 등교시켜 예배를 보게 하는 등 강제적인 종교 수업을 진행하다 지난해 <한겨레> 보도(☞ ‘교회로 등교하라’ 강제 종교수업 물의) 등으로 문제가 되자 중단하기도 했다.
25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백영고등학교 교사들과 해고된 청소노동자 배아무개(66·여)씨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 김아무개 교장은 박남수(50) 윤리교사의 수업을 들었다는 이유로 지난 1일 배씨를 해고했다. 배씨는 “지난달 18일 청소를 마치고 학교 건물 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데, 박 교사가 ‘여기서 쉬지 말고 교실에서 내 수업을 들어보라’고 해서 3학년 윤리 수업을 참관했다”며 “그런데 수업 뒤 교육행정실장이 불러 교장실에 갔더니 김 교장이 ‘왜 수업을 참관했느냐, 박남수 교사의 물이 든 사람은 다 잘라버려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사도 “김 교장이 나를 ‘빨갱이’라고 매도하고, 다른 교사들에게 ‘전교조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며 “나 때문에 미화원 아주머니가 해고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배씨를 볼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나고, 계단에 앉아서 쉬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수업에 초청했다”며 “학생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고, 진도도 정상적으로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교사는 전교조 조합원으로 학교의 강제적인 종교 교육과 김 교장의 학사운영에 반발하다, 2009년 김 교장(당시 교감)에게 다른 교사 2명과 함께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결국 기소됐다. 박 교사는 지난 1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법정에서 김 교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이 학교 경비원 차아무개(66)씨가 김 교장한테 부당한 압력을 받고 사표를 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5년 동안 이 학교에서 일한 차씨는 “체육교사의 부탁을 받고 토요일에 2시간 동안 졸업생에게 학교 운동장을 쓰게 했는데, 김 교장이 시말서를 쓰라고 해서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뒤집는 진술을 했다고 김 교장이 나를 껄끄럽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장은 “(배씨의 수업 참관에 대해) 학부모의 항의가 있었다”며 “(배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박 교사와 관련된 말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김수진 교육행정실장은 “김 교장이 ‘박남수 교사의 물이 든 사람은 다 잘라버려야 한다’고 말했다”는 배씨는 주장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김 교장이 해고 통보를 하는 자리에 배씨와 함께 있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처사로, 해당 학교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부당해고가 확실하다면 교육청에서 해고 철회를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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