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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참혹했던 20년전 봄 ‘아직도 진행형’

등록 2011-04-26 21:08수정 2011-04-26 22:25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제’가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행사장 옆에 마련된 추모대에서 헌화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제’가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행사장 옆에 마련된 추모대에서 헌화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등록금 벌려고 알바·휴학
취업 불안에 좌절하기도
“5월세대 의미 잊지말아야”
명지대서 추모문화제 열려
강경대 20주기…‘열사 장학금’ 학생들이 본 현실

명지대 경제학과 2학년 김강민씨는 1991년 3월25일에 태어났다. 한달 뒤인 4월26일 명지대 경제학과 1학년 강경대씨는 ‘백골단’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졌다. 그해 5월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은 잇따라 제 몸을 불살랐고, 5월25일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김귀정씨도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강민씨에게 20년 전 4~5월은 그저 먼 옛날 얘기였지만, 이제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10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김씨는 지난겨울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전에는 세탁물 배달, 오후에는 동네 스포츠센터 청소일을 하고, 저녁에는 호프집에서 일했다. 두달 동안 150여만원을 벌어 올해 1학기 등록금에 보탰다. 그는 “맞벌이하는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명지대학교에서 만난 김씨는 “20년 전에는 눈에 보이는 폭력이 사람들을 죽였다면,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가 20대들을 몰아세우는 것 같다”며 “카이스트 학생들이나 등록금에 목숨을 끊는 학생들을 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학교에서 열린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친구 둘과 함께 각각 70만원의 장학증서를 받았다. 1997년부터 ‘강경대 열사 추모사업회’가 지급한 ‘강경대 장학금’은 지금까지 40여명의 후배들이 받아왔다.

지난해 호기심으로 학생회의 ‘강경대 열사 추모 행사’ 준비에 함께했던 그는 올해도 추모사업 준비에 참여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와 “20년 전의 선배들과 달리 개인만 생각한다”는 기성세대의 시선에, 그는 “강경대 열사는 과거이자 현재·미래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대가 등록금과 취업 불안 속에 좌절에 빠진 게 사실”이라며 “오히려 그럴수록 현재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화두를 강경대 열사가 던지고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하지만 나 역시 오는 8월 군에 입대하는 것과 미래의 취업이 제일 걱정”이라며 웃었다.

이날 저녁 명지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문화제-1991년부터 2011년까지’는 20년 세월을 뛰어넘어 1991년의 20대와 2011년의 20대, 그들의 현실과 고민을 돌아보는 자리가 됐다.

강경대씨와 동시대를 살았던 90년대 학번들과 10학번 이후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교차된 다큐멘터리 영상 속에서 선배들은 “사회적으로 저항하는 개인과 노동자라는 의미에서 경대의 정신은 지금과 일맥상통한다”고 했고, 후배들은 “등록금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강경대 선배의 정신이 여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화답했다. 김현아 명지대 총학생회장은 추도사에서 “열사가 떠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치솟는 등록금과 무한경쟁 속에서 너무나 많은 청춘들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강경대씨의 91학번 동기들을 비롯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순덕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장 등 시민사회 인사와 시민 350명이 참여했다. 강경대씨의 어머니 이덕순(63)씨는 “이 자리에 함께한 분들 덕분에 저희 가족이 여기까지 왔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밖에도 이날 행사는 명지대 재학생 80명의 합창과 <강경대 평전> 헌정 행사, 노래패 우리나라와 가수 안치환씨의 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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