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평소 등·배에 침 맞아”
한의학계 “이해할 수 없다”
한의학계 “이해할 수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폐와 기관지 사이에 박힌 침을 제거하려고 27일 다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대병원 암병원에 도착해 특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병실로 이동했다. 휠체어에 탄 노 전 대통령은 벙거지 모자에다 웃옷의 후드를 덮어쓰고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앞서 서울대병원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고열과 기침 증상으로 입원했을 때 오른쪽 폐와 기관지 사이에 길이 3~4㎝의 침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병원에선 내시경 수술로 이 침을 제거하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수술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쪽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아스피린을 복용중이어서 지혈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는데다, 국내에서 폐와 기관지 사이에 박힌 침을 제거한 사례도 없어 수술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오늘 병원에 간 것”이라며 “오늘 밤과 내일 사이에 의료진이 살펴보고 수술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폐와 기관지 사이에 침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침이 어떻게 장기 속에 들어갔는지를 두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미국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서울대병원을 드나들며 정기적인 치료와 검진을 받아왔다. 최근에 건강이 악화한 뒤론 한방치료 등도 함께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쪽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평소에 등과 배에 침을 맞았는데, (침이 몸에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학계에서는 한방 침술 때문에 침이 폐와 기관지 사이에 들어갔다는 주장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한의학적으로 침을 폐나 기관지 등에 찔러 넣어서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며 “한의사가 한 것이라면 의료 사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 이사는 “침이 위험하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사건이어서, 어떤 한의사가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쪽과 서울대병원에 사실 확인을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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