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씨가 29일 오후 서울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학생들을 상대로 연 특강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즉흥 연주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씨 ‘경희대 시민교육’
29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청운관 지하 강의실. 하루 전까지 중간고사를 치른 학생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잠시 뒤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24)씨가 강단에 오르자 15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강의는 경희대가 인문학 교육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개설한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좌 가운데 하나인 ‘시민교육’ 특강. 대학 특강에서 강의하는 게 처음이라는 진씨는 상기된 얼굴로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른 뒤, 즉흥 피아노 연주로 수업을 시작했다. 교정에 들어서면서 들었던 생각을 표현한 연주라고 했다. 진씨는 “‘나 자신의 담장 너머, 이웃의 국경 너머, 세상 사람들의 권익과 안위, 행복을 위한 노력’이라는 ‘시민교육’ 강의의 목표가 마음에 와닿았다”고 특강을 맡게 된 이유를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진씨는 ‘천재 피아니스트’로 유명하지만 반전평화나 장애인 문제 등 사회성 짙은 이슈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시민교육 강의를 맡고 있는 이광재 교수는 “진씨는 자신의 꿈을 성장시키는 데 모든 열정을 쏟고 있는 당차고 도전적이며 저항적인 아티스트”라며 “이번 특강은 착한 학생과 착한 음악가의 소통의 장”이라고 말했다.
진씨의 음악은 강의 내내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됐다. 진씨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학생들에게 “시민교육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학생들은 피아노 연주를 배경음악 삼아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강의 분위기는 진씨가 <사막의 폭풍>을 연주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사막의 폭풍>은 진씨가 15살 때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보고 작곡한 음악이다. 진씨는 학생들에게 “전쟁에 나선 누군가의 편을 들기보다는 아이들의 울부짖음을 보면서 세계의 평화를 원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이 노래를 통해 최근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날 2시간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된 진씨의 특강을 들은 학생들은 만족스러워했다. 허강석(21·자율전공학부1)씨는 “일방적으로 듣는 방식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강의였다”며 “비슷한 또래인 음악가 진씨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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