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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병역거부운동 10년 성과와 한계

등록 2011-05-08 21:06수정 2011-05-08 22:37

군 대신 민간 재판, 형량 축소는 큰 성과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 뒷걸음질 아쉬워
“판을 완전히 바꿨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비종교적 병역거부운동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2001년 이전까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선택했던 종교적 병역거부는 “완전히 묻힌 이슈”였다. 그러나 2001년 오태양씨가 나서면서 국면이 달라졌다. 오씨의 비종교적 병역거부 선언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란 ‘특수 계층’의 문제로 치부됐던 병역거부가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오태양씨부터 최근의 병역거부자인 이준규씨까지 비종교적 병역거부를 공개 선언했던 이들은 50여명(9명 복역중)이다. 해방 이후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여호와의 증인 신자는 1만6000여명에 이른다. 총 대신 감옥을 택했던 이들이 한 명씩 늘어나는 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병역거부자를 구속해 군사재판에 넘겼던 관행은 불구속 수사와 민간재판으로 바뀌었고, 법정 최고형(3년)을 선고했던 형량도 병역이 면제되는 최소형량(1년6개월)으로 줄었다. 2002년부터는 병역 및 예비군훈련 거부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제88조와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를 두고 일선 법원과 개인들에게서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이 거듭 제기됐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정부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1항을 위반했다”며 적절한 보상과 구제조처를 권고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병역을 거부하면 감옥 가는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때 국회에서 추진됐던 병역법 개정작업은 무산됐고, 2007년 대체복무 허용 계획을 발표했던 국방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2월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의 거듭된 권고에도 반응은 ‘모르쇠’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후원인들이 모인 ‘전쟁 없는 세상’의 여옥 활동가는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나아졌다지만 대체복무의 제도화란 문턱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동안 마케도니아, 라트비아,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으로 보장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각각 병역법 합헌 결정과 법 위반자 유죄 판결을 한 뒤 2005년부터 지난해 7월 말까지 징역형을 살거나 재판중인 병역거부자는 3674명에 이른다.

관건은 헌재의 향후 움직임이다. 헌재는 현재 병역법과 향군법을 놓고 전국의 법원과 개인이 청구한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헌법소원 사건을 병합해 각각 1건씩 심리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이 2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병역거부자들과 시민단체는 헌재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경우 대체복무제도 도입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가 대체복무제도를 입법화할 의무(2004년 헌재와 대법원이 대체복무 입법 필요성 인정)를 지키지 않았다며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 소송을 준비중인 오제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장)는 “행정부와 국회가 서로 수건돌리기를 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헌재라도 나서서 이 무책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쟁 없는 세상’은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15일을 앞두고 지난 2일부터 헌재와 국회, 국방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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