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엑스(KTX)-산천 올해 주요 사고 일지
KTX 운행감축 결정 왜
정부와 코레일이 11일 고속열차(KTX)의 운행 편수를 줄여서까지 전면 안전점검을 하기로 한 것은, 탈선 사고와 급정거 등 빈발한 사고·고장에 따른 시민들의 불신을 더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7일 발견된 국산 모델인 신형 ‘케이티엑스-산천’의 모터감속기 고정장치 균열이 단순한 제작 오류에서 비롯했다기보다, 구조적 결함 성격을 지녀 탈선 등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안전 센서가 있지만, 무게만 0.5t에 이르는 모터감속기가 하부 차체에서 탈락해 선로로 떨어지면 고속 주행 차량의 속도를 줄일 수 없을뿐더러, 뒤쪽 차량축의 연쇄 파손을 일으키면서 차량이 균형을 잃어 탈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 7일 고양 차량기지에서 운행 전 검수를 하다, 케이티엑스-산천 2호차의 차체 하부에 모터감속기를 고정시키는 고정장치 두 곳에서 맨눈으로 확인될 만큼의 균열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모터감속기가 탈락하기 직전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이 국내 기술로 세계 4번째로 개발·제작한 고속열차인 케이티엑스-산천은 운행에 투입된 지난해 3월 이후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신호장치·공기배관 이상이 각 10건 △고압회로 이상 4건 △모터블록·승강문 고장 각 3건 △보호장치 오작동 2건 등 모두 41건에 이른다. 지난해 이후 외부에 알려진 케이티엑스의 사고·운행 장애 14건 가운데 8건이 케이티엑스-산천에서 난 것들이었다. 지난 2월11일에는 서울행 케이티엑스-산천이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안에서 탈선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프랑스 알스톰사가 제작한 구형 케이티엑스의 운행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케이티엑스는 6~8일에만 사흘 연속 운행중 문제를 일으켜 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올해 들어 케이티엑스-산천을 포함해 고속열차가 고장으로 멈춰선 경우만 9일 현재 27건에 이른다.
코레일은 지난달 13일 ‘항공기 수준의 안전정비를 하겠다’며 백화점식 안전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 발표 한 달이 지나도록 케이티엑스의 운행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코레일노동조합은 “허준영 코레일 사장의 무리한 감원과 외주 확대 등 강도 높은 인적 구조조정이 문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쪽이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인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철도 차량과 전기분야를 점검하는 인력의 비정규직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국토부와 코레일이 운행 편수 감축과 전수 정밀점검이라는 강도 높은 처방을 선택한 것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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