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역·터미널 사건, 폭발 아닌 부탄가스통 파열”
2곳 물건들 제조사 같아…역삼역서도 폭발물 오인 소동
2곳 물건들 제조사 같아…역삼역서도 폭발물 오인 소동
경찰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경부선)과 서울역 대합실 물품보관함에서 발생한 폭발물 사건의 용의자를 같은 사람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3일 “두 곳에 폭발물을 설치한 용의자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용의자는 폭발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로,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자기과시욕이 강한 사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이 일어난 두 곳 모두에서 같은 제조회사의 부탄가스통과 가방, 배터리, 디지털타이머, 전선 등이 발견된 점을 들어 이번 범행을 동일인의 소행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 수법에 대해 “용의자가 타이머와 발열체, 배터리, 부탄가스로 기폭장치를 만들었고, 타이머가 지정된 시간에 작동해 배터리를 작동시켰다”고 전했다. 배터리는 전류를 발열체인 철선에 흘려보내고 이때 발생한 열이 유리용기에 담긴 화약에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가방 안에 있던 부탄가스통도 이 열로 파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연소물 잔해에서 폭죽용 화약에서 사용되는 염소산칼륨, 황, 마그네슘, 알루미늄 성분이 발견됐다”며 “폭죽용 화약은 대량살상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결국 실패한 폭발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물품보관함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찌그러진 데 반해 서울역 물품보관함에서는 단순히 연기만 발생했던 것에 대해 경찰은 새어나간 부탄가스의 양과 파열된 시점의 차이 때문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폭발이라기보다 부탄가스통 파열에 가깝다”며 “찢어진 용기에서 새어나온 가스가 불에 타 강한 압력이 발생하는 ‘폭발’이 일어났다면 물품보관함의 문짝이 날아가는 정도의 위력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폭발물 재료가 비교적 구하기 쉬운 물건들인 점도 경찰이 용의자를 폭발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비전문가로 보는 근거다. 경찰은 정확한 폭발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모의실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용의자가 찍힌 시시티브이 화면을 추가확보하고 쫓고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의 모습은 사건이 발생한 12일 오전 5시55분께 서울역에서, 오전 6시20분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시티브이에 찍혔다. 경찰은 “촬영 장면을 대조한 결과 체형과 걸음걸이, 옷차림이 비슷하고 모의실험 결과 서울역과 터미널을 택시나 버스로 10~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38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하철 2호선 역삼역 개찰구 근처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상자가 있다고 한 시민이 순찰중이던 경찰관에게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고 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을 동원해 탐지작업을 한 결과 폭발물이 아니라고 판정해 낮 12시58분께 상자를 열어 위험한 물질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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