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많던 시민들 태도 전환…경찰청장 “19일 이전 결정”
“3색 신호등 도입을 찬성하시나요?”
13일 ‘3색 화살표 신호등 시민공청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13층 대청마루. 공청회에 앞서 96명의 시민방청객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는 3색 신호등을 반대하는 이들이 67명(72%)으로, 찬성 26명(28%)을 압도했다. 하지만 2시간30분 걸린 공청회가 끝난 뒤 시민방청객들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찬성이 48명(50.5%), 반대가 47명(49.5%), 무응답이 1명으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방청객들은 경찰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선정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는 찬성과 반대 양쪽에서 토론자(패널)가 각각 3명씩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이를 지켜본 96명의 시민방청객이 공청회 앞뒤에 찬반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서울시내 11곳에서 시범운영중인 문제의 3색·화살표 신호등을 두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공감대 없이 도입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경찰이 여론수렴 차원에서 긴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찬성 쪽은 △황창선 경찰청 교통기획계장 △김진태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정강 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 반대 쪽은 △유한태 숙명여대 교수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박흥식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의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황 계장을 비롯한 찬성 쪽 토론자들은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3색 신호등은 교차로의 모습과 좌회전 가능 여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오히려 야간 교통사고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교수는 “빨간색은 정지, 녹색은 주행이라는 인지체계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교통신호 법규 인식 지수가 낮은 하위 1%(26만명 추정)의 운전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자리를 끝까지 지켜본 조현오 경찰청장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진 중요한 문제에 대해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도입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공청회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16일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이르면 19일 이전에 (전면 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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