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정황 잡고 본격수사
회장지시로 이사가 관리
4년여간 666차례 대출
SPC 상대 대출중 최다
회장지시로 이사가 관리
4년여간 666차례 대출
SPC 상대 대출중 최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15일 이 그룹이 부산의 아파트 시행사인 낙민건설에 대출해준 900억원대 자금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된 정황을 잡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박연호 그룹 회장 등 임직원이 낙민건설에 수시로 대출을 해주고, 이 회사 인감과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일부를 로비자금 등으로 빼돌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회장 등의 지시를 받고 낙민건설의 대출 자금 관리에 관여한 부산저축은행 이아무개 영업이사를 지난 14일 소환해 자금의 쓰임새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불법 대출해준 특수목적법인(SPC) 가운데 낙민건설에 대한 대출 건수가 가장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조만간 낙민건설 대표 ㅅ씨 등을 불러 공모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외에도 이 그룹이 낙민건설의 법인 종합통장대출(일명 ‘마이너스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수시로 돈을 빼돌린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낙민건설에 대한 대출 내역을 보면, 낙민건설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 4곳을 통해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924억여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건수는 모두 666건이었으며, 대출 금액은 많게는 수십억원, 적게는 수만원이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팀의 한 직원은 “대출 건수가 많은 건 낙민건설의 법인 ‘마이너스 통장’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대출 한도는 필요에 따라 변경 약정을 통해 증액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낙민건설은 부산 동래구의 10개동짜리(935가구) ㅎ아파트 시행을 맡아 2007년 준공을 했으나 아직까지 미분양 상태로, 대출금 가운데 600억원이 회수되지 않았다.
대검 중수부는 또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차명으로 세운 특수목적법인의 존재를 금융감독원이 사전에 알고도 뭉갰다는 관련자 진술을 최근 확보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직원 ㄱ씨는 “특수목적법인은 금감원 감사 때 이미 문제가 돼 공식적으로 보고가 됐던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금감원의 감사나 제재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부산저축은행 쪽에서 2007년 6월부터 최근까지 월 300만원씩 모두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 유아무개(61)씨를 구속했다. 유씨는 금감원을 퇴직한 뒤에도 이처럼 금품을 받으면서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이 금감원 검사를 받을 때 담당 국장 등에게 “검사를 세게 하면 안 된다”고 청탁하는 등 모두 15차례에 걸쳐 검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필 노현웅 기자 fermata@hani.co.kr
‘부당인출’ 이런 일도… 동생 계좌서 서둘러 빼내다 357만원 초과 인출 ‘아차’ 영업정지를 하루 앞둔 지난 2월16일 저녁, 부산저축은행 부산 초량 지점에서는 예금을 떼이지 않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겨레>가 입수한 ‘부당인출’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자료를 보면, 당시의 급박한 사정이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부산저축은행 초량동 지점 직원인 이아무개씨는 2월14일 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의 유동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최근 회사 안팎에서 부쩍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그러던 중 문제의 2월16일, 이씨는 부산저축은행 콜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김아무개씨가 예금 인출을 부탁하며 전해준 통장과 도장을 받게 됐다. ‘올 것이 왔구나’. 객장 영업을 마친 뒤인 저녁 8시37분 그는 자기 명의 계좌에 담긴 916만원, 동생 명의 계좌 4개에 나뉘어 있던 2406만원, 콜센터 직원 김씨 계좌 7곳에 담긴 1685만원을 인출해, 자기 명의 시중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이날 저녁 8시37분에 시작된 12개 계좌의 ‘부당인출’은 8시51분에 마무리됐다. 계좌 하나당 1분 남짓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는 이어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뒤인 2월18일, 22일, 23일, 그리고 5월2일에 각자 예금주에게 돈을 나눠 송금해 줬다. 이씨는 이러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난 뒤, 부당인출 경위를 자필로 적어 냈다. 금감원 조사자료를 보면 이씨가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의 ‘실수’도 눈에 띄었다. 예금 계약 해지와 정산·송금 과정이 급박하게 이뤄진 탓에, 송금액이 과다정산된 것이다. 이씨는 동생 명의 계좌 하나의 예금액을 이중으로 정산해 357만원을 초과 인출해 갔다. 이 탓에 이씨가 인출한 금액은 3명의 예금액 5007만원에 중복 정산된 357만원을 더한 5364만원이었다. 금감원은 357만원을 환수하는 한편, 이씨가 인출한 5007만원 가운데 본인 명의 916만원을 제외한, 동생과 콜센터 직원의 돈 4091만원 부분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부당인출’ 이런 일도… 동생 계좌서 서둘러 빼내다 357만원 초과 인출 ‘아차’ 영업정지를 하루 앞둔 지난 2월16일 저녁, 부산저축은행 부산 초량 지점에서는 예금을 떼이지 않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겨레>가 입수한 ‘부당인출’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자료를 보면, 당시의 급박한 사정이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부산저축은행 초량동 지점 직원인 이아무개씨는 2월14일 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의 유동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최근 회사 안팎에서 부쩍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그러던 중 문제의 2월16일, 이씨는 부산저축은행 콜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김아무개씨가 예금 인출을 부탁하며 전해준 통장과 도장을 받게 됐다. ‘올 것이 왔구나’. 객장 영업을 마친 뒤인 저녁 8시37분 그는 자기 명의 계좌에 담긴 916만원, 동생 명의 계좌 4개에 나뉘어 있던 2406만원, 콜센터 직원 김씨 계좌 7곳에 담긴 1685만원을 인출해, 자기 명의 시중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이날 저녁 8시37분에 시작된 12개 계좌의 ‘부당인출’은 8시51분에 마무리됐다. 계좌 하나당 1분 남짓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는 이어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뒤인 2월18일, 22일, 23일, 그리고 5월2일에 각자 예금주에게 돈을 나눠 송금해 줬다. 이씨는 이러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난 뒤, 부당인출 경위를 자필로 적어 냈다. 금감원 조사자료를 보면 이씨가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의 ‘실수’도 눈에 띄었다. 예금 계약 해지와 정산·송금 과정이 급박하게 이뤄진 탓에, 송금액이 과다정산된 것이다. 이씨는 동생 명의 계좌 하나의 예금액을 이중으로 정산해 357만원을 초과 인출해 갔다. 이 탓에 이씨가 인출한 금액은 3명의 예금액 5007만원에 중복 정산된 357만원을 더한 5364만원이었다. 금감원은 357만원을 환수하는 한편, 이씨가 인출한 5007만원 가운데 본인 명의 916만원을 제외한, 동생과 콜센터 직원의 돈 4091만원 부분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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