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인출’ 이런 일도…
영업정지를 하루 앞둔 지난 2월16일 저녁, 부산저축은행 부산 초량 지점에서는 예금을 떼이지 않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겨레>가 입수한 ‘부당인출’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자료를 보면, 당시의 급박한 사정이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부산저축은행 초량동 지점 직원인 이아무개씨는 2월14일 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의 유동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최근 회사 안팎에서 부쩍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그러던 중 문제의 2월16일, 이씨는 부산저축은행 콜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김아무개씨가 예금 인출을 부탁하며 전해준 통장과 도장을 받게 됐다.
‘올 것이 왔구나’. 객장 영업을 마친 뒤인 저녁 8시37분 그는 자기 명의 계좌에 담긴 916만원, 동생 명의 계좌 4개에 나뉘어 있던 2406만원, 콜센터 직원 김씨 계좌 7곳에 담긴 1685만원을 인출해, 자기 명의 시중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이날 저녁 8시37분에 시작된 12개 계좌의 ‘부당인출’은 8시51분에 마무리됐다. 계좌 하나당 1분 남짓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는 이어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뒤인 2월18일, 22일, 23일, 그리고 5월2일에 각자 예금주에게 돈을 나눠 송금해 줬다. 이씨는 이러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난 뒤, 부당인출 경위를 자필로 적어 냈다. 금감원 조사자료를 보면 이씨가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의 ‘실수’도 눈에 띄었다. 예금 계약 해지와 정산·송금 과정이 급박하게 이뤄진 탓에, 송금액이 과다정산된 것이다. 이씨는 동생 명의 계좌 하나의 예금액을 이중으로 정산해 357만원을 초과 인출해 갔다. 이 탓에 이씨가 인출한 금액은 3명의 예금액 5007만원에 중복 정산된 357만원을 더한 5364만원이었다. 금감원은 357만원을 환수하는 한편, 이씨가 인출한 5007만원 가운데 본인 명의 916만원을 제외한, 동생과 콜센터 직원의 돈 4091만원 부분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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