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설치 53개곳 철거·홍보 중단 ‘무기한 보류’
경찰청장 “반대여론 많지만 정책 옳다” 주장
경찰청장 “반대여론 많지만 정책 옳다” 주장
경찰이 운전자에게 심각한 혼란을 주고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아온 3색 화살표 신호등 도입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시범 시행 기간인 한 달도 다 채우지 못하고 여론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3색 화살표 신호등의 확대 설치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고, 시간을 두고 재검토하겠다”며 “지금의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현재 시행중인 시범사업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서울시내 11곳을 포함해 전국 53곳에 설치된 3색 신호등을 즉시 철거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3색 신호등의 장점을 알리는 홍보도 중지했다. 조 청장은 “정책을 보류하고 시범 신호등까지 철거하면서 홍보를 계속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옳다는 이유를 들어 ‘믿고 따르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달 19일부터 시범 시행을 시작한 3색 신호등은 좌회전 신호인 초록색 화살표에다 좌회전을 금지하는 빨간색 화살표 신호가 새로 생기면서 운전자들 사이에 혼란스럽다는 불만과 오판에 따른 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이 사실상 백지화 결정을 한 데는 지난 13일 시민공청회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 시작 전 방청객(여론조사기관이 선정한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색 신호등 찬반 투표는 찬성 26명, 반대 67명으로 반대가 월등히 많았다. 공청회 뒤 투표에서는 찬성 48명, 반대 47명으로 상황이 역전됐지만, 경찰은 이 정도 찬성률로 3색 신호등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조 청장은 “공청회를 통해 설명 기회를 가졌지만 50%에 가까운 국민 대표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 포털사이트에서 진행중인 온라인 투표에서 반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도 보류 결정의 근거가 됐다.
이번 결정으로, 경찰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신호등 체계를 무리하게 바꾸려다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범 신호등 설치에 6900여만원을 쓴 경찰은 기존 신호등으로 되돌리느라 다시 4000여만원을 쓰게 됐다. 조 청장은 “시행 보류에 따른 모든 비난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