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피프티서울’을 만든 강민구·장석종·홍석우씨.
디자이너 옷 판매 ‘소셜클럽’ 열려
모처럼 화창했던 지난 14일 낮,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클럽 ‘소셜클럽’에서는 디제이가 고른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클럽 입구 핫도그·티셔츠 좌판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니, 옷이나 신발 등을 사고파는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벼룩시장(플리마켓)이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의 이름은 ‘피프티서울’(FIFTY SEOUL).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5명을 포함한 판매자 20명은 수익 50%를, 행사 주최 쪽은 패션브랜드 비바에이치(Viva.H)와 함께 만든 티셔츠 50장의 판매수익 전액을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패션저널리스트 홍석우(28), 패션잡지 <크래커유어워드로브> 편집장 장석종(27), 아트디렉터이자 사진작가인 강민구(29)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참사를 보면서 이들 3인방은 ‘무엇이든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재밌으면서도 좋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벼룩시장엔 자원 재활용이라는 좋은 의미가 있어요. 여기에 기부 시스템을 덧붙이니, 사람들은 예쁜 물건을 싼값에 사면서도 자연스럽게 좋은 일을 하게 되는 거죠.”
뜻이 하나로 모이자 서둘러 ‘피프티서울’ 이라는 로고를 만들고, 판매자를 모집하고, 행사장을 무료로 구했다. 지난달 9일 첫 플리마켓에서는 233만3800원을 모아, 일본 지진피해 어린이를 돕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했다. 앞으로 매달 둘째 주 토요일마다 행사를 열 예정으로 기부처는 매번 달라진다.
“사실 남을 돕는 일에 큰 관심은 없었어요. 그러다 우리가 모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옷을 사거나 맛있는 걸 먹을 때와는 또다른 기쁨을 느꼈어요. 어린애가 할머니 짐가방 한번 들어드렸을 때 느끼는 뿌듯함 같은 거겠죠.”(장석종)
또 이들은 피프티서울이라는 마당에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기를 바란다. “플리마켓과 함께 우리 또래 젊은 디자이너의 프레젠테이션이나, 독립 영상을 찍는 이들의 영상회 같은 문화 행사를 열고 싶어요.”(홍석우) 글·사진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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