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계업체서 포몸통 만들어
48억대 사기혐의 납품업자 입건
48억대 사기혐의 납품업자 입건
군에 가짜 대공포 몸통을 납품해온 군납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동조사를 벌여 국방부에 가짜 35㎜ 오리콘 대공포(오리콘포) 몸통 79개(48억8000만원 상당)를 납품한 혐의(사기)로 경남 양산의 무기 군납업체 ㄴ사 대표 안아무개(5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안씨는 해군 함정의 음파탐지기 부품 납품가를 부풀려 5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이미 지난 17일 부산지검에 의해 구속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1998~2004년 여섯 차례에 걸쳐 부산의 한 일반 기계 제작업체에 폐기된 포몸통을 바탕으로 역설계한 도면을 주고 가짜 포몸통 79개를 만들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애초 국방부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의 경쟁입찰에 참가해 미국 업체 명의로 오리콘포 몸통 79개를 낙찰받았고, 무기제조 회사인 스위스 콘트라베스사의 규격 제품을 수입해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안씨는 계약과 달리 무기 제작 경험이 전무한 국내 업체에 포몸통을 제작하도록 의뢰한 뒤 일반 물자로 위장해 홍콩과 미국으로 수출했다가 역수입해 군에 납품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안씨가 미국의 트럭 부품 도매업체를 무기중개업체로, 펜스 제작·설치 업체를 무기제조사로 위장하고, 국방부 조달본부와의 계약 협정서 등 각종 서류를 위조했다”고 밝혔다.
납품된 포몸통 79개 가운데 6개는 실제 훈련중에 균열·파손됐고, 지난 3월18일 충남의 한 사격장에서는 800발 사격 뒤 포몸통이 두 동강 나기도 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실험 결과 안씨가 납품한 포몸통은 열처리를 하지 않아 강도가 떨어지고 조기 손상이 발생하는 불량품으로 확인됐다.
오리콘포는 청와대를 비롯해 서울·수도권 상공을 방어하기 위해 1975~1980년 36문이 도입됐다. 국방부는 포몸통 불량을 조사해오다 지난 2월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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