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회의원들에게 3년간 13억 제공 혐의”
조합원당 10만원씩…노조 “강요·로비 없었다”
조합원당 10만원씩…노조 “강요·로비 없었다”
한국전력 노동조합(이하 전력노조)이 ‘쪼개기’ 수법으로 국회의원들에게 13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한 전력노조의 정치자금 제공 사건을 공안1부(부장 이진한)에 배당했다고 22일 밝혔다.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보내온 수사의뢰서를 보면, 전력노조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노조원 개인 명의로 10만원씩 모두 13억원을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후원금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집중됐으며 최고 5000만원을 받은 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국회의원 6명(권경석·조진형·유정현·최규식·강기정·이명수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 이후 검찰은 여러 건의 ‘쪼개기’ 후원 행태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대원고속 노조가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1억500만원을 후원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경기도선관위의 고발을 받고, 지난 3월 대원고속 본사와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방봉혁)도 지난 2월, 노조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국회의원들에게 노조원 명의로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케이티링커스 노조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기업이나 단체는 정치후원금을 낼 수 없도록 돼 있다. 검찰은 알선이나 청탁 목적으로 단체가 직원들 이름으로 후원금을 소액으로 나눠내는 ‘쪼개기 후원’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일 전력노조 사건을 배당받은 검찰은 수사의뢰서를 검토한 뒤 노조 집행부를 소환해 노조 차원에서 이뤄진 정치인 후원의 대가성과 강요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깨끗한 정치를 위해 노조원들의 소액후원을 권장했고 중앙선관위에 질의까지 하며 그 지도에 따라 후원을 해왔다”며 “후원 과정에서 강요는 없었고 로비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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