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공격’ IT업체간 싸움 무기로

경쟁사이트 공격한 업체 적발
직원들 국외서 악성코드 올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전쟁 혹은 축구경기에서나 사용되던 전법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서 등장했다. 그것도 게임업체 사이의 경쟁에서다. 해커들이 정부기관이나 포털사이트 마비 목적으로 사용하던 디도스 공격이 경쟁사간 공격수단으로 용도를 넓혀가는 형국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경쟁사 게임사이트를 대상으로 디도스 공격을 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아이티(IT)업체 대표 김아무개(3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경찰은 김씨의 지시를 받고 악성 프로그램을 제작 또는 유포하거나 디도스 공격을 한 권아무개(37)씨 등 업체 직원 8명을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명 게임사이트를 위탁관리해 온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권씨 등 직원을 시켜 경쟁 사이트 15곳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해 이들 사이트의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직원들을 악성코드 제작조·유포조·공격조로 편성해 임무를 나눈 뒤, 유포조한테 서울의 피시(PC)방 50곳을 돌며 웹하드 사이트 15곳에 인기 드라마 동영상 파일로 위장한 악성코드 1000여개를 올리게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동영상 파일을 내려받아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피시’가 50만대라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만 13만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격조를 필리핀으로 보냈고, 홍콩과 미국의 공격명령서버를 이용한 좀비피시 조종은 필리핀 현지에서 이뤄졌다. 김씨는 위탁관리해 온 게임사이트가 경쟁 사이트로부터 디도스 공격을 당하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주로 개인들 차원에서 사이트 마비나 돈을 요구할 목적으로 이뤄지던 디도스 공격과 달리, 기업 전체가 영리를 취하기 위해 공격에 나선 흔치 않은 사례”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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