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액후원 악용한 불법”
검찰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노동조합의 진보정당 후원 행위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소액후원 제도를 악용해 처벌이 필요하다”는 검찰과 “노동자들의 정치참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적인 수사”라는 노동계의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로부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정치자금 고발 사건을 받았다. 2009년에 100여개 노조가 세액공제 제도를 이용해 진보정당을 조직적으로 후원했다는 게 고발 내용이다. 중앙선관위가 문제삼은 형태는 대부분 노조원들이 진보정당에 보낸 10만원의 소액후원이다. 지난 20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케이디비(KDB)생명(당시 금호생명) 노조원 259명은 각각 10만원씩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말에 10만원을 모두 환급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 후원 행위가 노조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특정 정당을 후원한 것이므로, 이는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한 ‘단체’의 기부 행위라고 보고 있다.
진보정당을 후원한 노조원들의 당원 자격도 시빗거리다. 원래 정치자금법에서는 정당의 중앙당과 시·도당도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었지만 2008년 2월29일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정당은 당원으로부터 ‘당비’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정치자금을 모금하면서 ‘후원당원’ 제도를 도입했다. 후원당비 약정서를 돌리면서 후원당원으로 가입하게 하고 소액후원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제도도 당원 자격을 형식적으로 부여하는 ‘편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후원한 것이 대가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런 방식의 후원도 언제든지 대가성이 있는 로비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며 “이러한 관행이 정착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선관위가 조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순수한 소액후원에 불법 낙인을 찍으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최근에 민주노총이 통합 진보정당이 출범되면 ‘10만 당원 가입, 100억 세액공제’ 목표를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검찰의 수사로 당장 노동자들의 소액후원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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