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부실에 대한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조사를 받으러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은진수 전 감사위원 소환
부산저축은행 쪽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은진수(50) 전 감사위원이 29일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한때 자신이 검사로 재직하며 출근했던 바로 그 건물에 이젠 조사를 받으러 나온 것이다.
검찰은, 통상 소환대상의 신분을 ‘피조사자’ 정도로 밝히곤 하는데, 이날은 유독 은씨를 ‘피의자’라고 못박았다. 그만큼 형사처벌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날 조사는 부산저축은행의 감사 무마와 퇴출저지 로비 과정에서 은씨의 역할을 캐는 데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씨는 감사위원이 되기 훨씬 전인 2005년 이후 2년 남짓 부산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로 재직하며 각별한 연을 맺었다. 이 시기는 은씨가 부패방지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와 겹친다. 부산저축은행 쪽은 공직 청렴성을 감시하는 기구의 비상임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은씨를 고문 변호사로 영입하면서 ‘든든한 배경’이 돼주길 기대했을 법하다.
그 뒤 부산저축은행 쪽이 퇴출 위기에 몰리게 되자 이들은 브로커 윤여성(56·구속기소)씨를 통해 억대의 금품을 은씨에게 건네며 여러 ‘역할’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 무마 또는 금융감독원 검사의 강도 조절 등에 힘써달라는 취지로 금품이 건네진 단서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이 건너갈 당시 이런 청탁이 있었다면 그 자체로 뇌물죄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이 적용될 수 있다.
또 검찰은 은씨가 윤씨에게 친형의 취업을 부탁해, 제주 지역의 한 호텔 카지노에 감사 자리를 얻게 해줬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대가성 여부를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면, 형이 받은 급여 등은 은씨의 수뢰 혐의(제3자 뇌물)에 추가될 수 있다.
이날 대검 청사의 상징물인 ‘서 있는 눈’을 지나 기자들 앞에 선 은씨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의 절차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느 사람들과 달리 ‘재판’을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자신이 기소될 것이라는 마음의 각오를 이미 하고 나온 듯했다.
노현웅 김정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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