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기념 ‘모피 패션쇼’ 논란 서울시 “공공성 우선” 말뿐
효성그룹이 지분 57% 소유…‘부유층 공간으로 전락’ 우려
효성그룹이 지분 57% 소유…‘부유층 공간으로 전락’ 우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종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겠다며 반포한강지구 강 위에 조성한 ‘세빛둥둥섬’(사진)이 소수 부유층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개장하자마자 빚어진 호화 모피 패션쇼 논란과 같은 사례가 운영 미숙에 따른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사업구조상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빛둥둥섬은 컨벤션홀과 공연·전시 공간, 레스토랑, 수상레저시설 등을 갖춘 3개의 인공섬(총면적 2만382㎡) 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사업의 상징적 시설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민간자본 컨소시엄인 ‘플로섬’이 2009년 9월부터 964억원을 투자해 이달 초 로비와 옥상·데크 등을 일부 공개한 데 이어 9월에 전면 개방한다.
플로섬의 지분은 효성그룹이 47%,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진흥기업이 10%, 에스에이치공사가 29% 가지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25년 동안 시설을 운영하면서 투자비와 수익을 회수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다.
사업의 운영은 씨알일공일이라는 업체가 대행하는데, 씨알일공일은 플로섬에 매달 10억8800만원, 연간 130억64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25년 동안 3000억원 이상을 내야 하는 것이다.
운영업체는 이처럼 높은 임대료를 내고도 수익을 남겨야 한다. 세빛둥둥섬이 공익성보다는 이윤을 많이 남기는 부유층 대상 고가 마케팅에 주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0일 서울시의회 오승록 민주당 대변인은 “업체 입장에서는 본전을 뽑으려면 모피쇼보다 더한 행사도 유치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민간업체에 사업을 맡겨둔 이상 부유층을 위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이날 “세빛둥둥섬 등 일부 사업에서 업체의 과도한 영업성이 드러날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하는 등 철저하게 시민 위주의 공공성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시는 향후 사업운영계획을 검토할 때에도 공공성을 가장 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세빛둥둥섬과 관련해 외부전문가를 영입한 공공성확보위원회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공성을 강조하다가 적자가 날 경우, 서울시만 믿고 사업에 뛰어든 민간업체가 그대로 감수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결국 다른 사업에서의 특혜로 적자 보전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07년 출퇴근용으로 도입한 한강수상택시 사업에서는 이미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시의회 쪽의 말을 종합하면 누적적자가 30억원이나 쌓인 수상택시 업체는 서울시에 서해뱃길이 열릴 경우 인천까지 영역을 확장하거나, 수상버스 사업을 허가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시로선 업체가 손을 뗄 경우 “거액을 들인 사업이 흉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의 요구를 피할 수도 쉽게 들어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반값 등록금 재원 없다고? 사학 적립금만 ‘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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