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미리 흘려 1억원 받아
처조카 3억여원 대출 알선
처조카 3억여원 대출 알선
구속기소 이자극씨 ‘비리내용’
저축은행의 경영 상태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간부가 저축은행 쪽에서 억대의 뇌물과 명절 떡값을 정기적으로 받고, 그 대가로 부실 감사와 내부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검찰이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1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 등으로 금감원 검사역 이자극(52)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이 밝힌 이씨의 혐의 내용을 보면, 공무원이 매수돼 자신의 책무를 저버리는 과정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이씨는 1990년대 말 부산에 있는 ㄷ신용금고 감독관으로 근무할 때 부산저축은행그룹 임직원과 친분을 맺었다. 2000년께부터는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에 100만~200만원의 떡값을 받았고, 2002년 10월에는 금감원의 검사 방침 등 정보를 건네는 대가로 1억원을 챙겼다. 또 이씨는 2005~2006년 이 그룹 강성우(60·구속 기소) 감사에게 요청해 개인사업을 하는 처조카에게 3억2000여만원을 무담보로 대출해주도록 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저축은행 쪽은 이씨 처조카의 대출 적격 심사 등을 모두 생략한 채 2억9900만원을 곧장 대출하고, 그 이자까지도 신규 대출금 2200만원을 만들어 대납했다.
이씨는 그 대가로 2009년 2~3월 부산저축은행 검사반장으로 감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전산시스템을 열면 바로 알 수 있는 대출건전성 허위 분류 사실을 눈감아 줬고, 부하 검사반원에게는 문제 사실을 보고서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했다. 이씨는 또 지난해 초 울산지검이 이미 수사를 마친 뒤 금감원에 요청한 부산저축은행 감사에 대비해, 대외비 질문서를 빼내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질문서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자산건전성 분류에 오류가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이 부족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사실상 투자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체이자를 정리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통해 정상 여신으로 가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관리 감독기관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던 셈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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