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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등록금 인상반대 운동엔 소극적, 왜?

등록 2011-05-31 20:17수정 2011-06-02 21:18

“학점관리도 빠듯” “해봤자 변하겠나”
공교육·무상교육보단 사교육에 익숙
‘수익자 부담’ 뿌리깊은 사회인식 탓도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등록금 인상 반대 활동 참여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설문조사 응답자 45명 가운데 30명은 등록금 인하 운동에 “관심이 조금 있다”고 답했으며, 8명은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그러나 참여 의사를 묻자, 반수에 가까운 21명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등록금 전액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는 학생 5명은 모두 참여할 뜻이 없었다. 송미경(여·가명)씨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학점 관리를 해야 한다”며 “학기 중에는 (등록금 인하 운동에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적 이유뿐 아니라, 활동 주체나 활동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나서 봤자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회의적인 답변도 나왔다.

대학생들은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끼고 있지만, 부모가 등록금을 내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가 적었다. 또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수익자 부담 원칙’(학생이 수업을 받는 대가로 대학에 돈을 내야 한다는 논리) 영향 탓에 등록금을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설문조사 준비 과정에서 만난 ㅇ대 재학생 7명에게 ‘등록금은 누가 내야 하느냐’고 물으니, 반수 이상이 “학생이 내야 하는데, 아직은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부모가 대신 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소수였다.

친구들에게 등록금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선(여·가명)씨는 “학과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인싸(인사이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층, 혼자 다니는 아싸(아웃사이더) 비율이 2:5:3 정도 된다”며 “같은 학과라도 이름조차 못 들어본 애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경아(여·가명)씨는 “학생들끼리 아무리 친해도 ‘돈’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돈’은 개인을 드러내는 핵심요소가 돼버렸다고 설명한다. 나임 교수는 “80년대엔 돈 있다고 드러내는 게 부끄러운 행동이었고, 가난이 구질구질한 게 아니었다”며 “지금은 가난을 드러내는 순간 구질구질한 인간이 돼버리고, 내 부모가 가난하다는 말은 게으르다는 말 이상을 포함한다”고 분석했다. 당장 등록금 걱정이 없는 대학생들도 미래 밥그릇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이는 다시 자기계발 노력의 원동력이 된다. 정수언(남·가명)씨는 “학력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므로, 대학은 안 가면 안 되는 것”이라며 “뭔가를 하고 싶어서 대학에 오는 애들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은 청소노동자와의 연대 등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임 교수는 “어른들이 대학생들을 비판하기보다는 이들의 가능성을 읽고 어떻게 가르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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