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재 대학 영어영문학부 2010학번 45명 설문결과 보니
집에서 돈 받는 학생들 69% “부모님 허리 휜다”
45명 중 43명 “강의·학교시설 비해 등록금 비싸”
집에서 돈 받는 학생들 69% “부모님 허리 휜다”
45명 중 43명 “강의·학교시설 비해 등록금 비싸”
다양한 소득계층의 대학생이 등록금 부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의 한 사립대 특정 학부 2010학번 재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올 한해 등록금은 750여만원으로, 전국 사립대 평균 등록금인 768만6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 팔고 논 팔아’ 자녀를 대학에 보냈다던 부모들의 악전고투는 2011년에도 유효하다. 다만, 소나 논을 파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후를 저당잡힌다. 부모의 경제력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대학생들은 어른들조차 버거워하는 짐을 어깨에 지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 1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ㅇ대학교 영어영문학부 2010학번 재학생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45명 중 32명이 “부모가 등록금을 부담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69%는 등록금 부담 때문에 “부모가 매우 힘들어한다”(1명)거나 “힘들어한다”(21명)고 느낀다.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답한 10명 중 4명의 부모는 직장에서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생 언니와 함께 한 달 75만원짜리 하숙을 하고 있는 오지은(여·가명)씨 부모는 한 학기에 두 자녀 등록금·용돈·하숙비 등으로 1500만원 이상의 돈을 가계수입으로 부담한다. 오씨는 “엄마가 고등학생인 남동생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학 들어가면 바로 군대 가라고 하신다”며 “과외 아르바이트를 할 뻔했는데 집에서 그냥 공부하라고 했다. 좋은 직장 구하라고 등록금을 주시는 것 같은데 미안함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등록금 일부를 지원받고, 스스로도 학비를 마련하는 학생은 8명이었다. 이 중 3명은 학자금 대출 경험이 있었다. 등록금 전액을 부담하는 학생은 5명이었다. 이들은 △전액 학자금 대출(1명) △학자금 대출에 장학금 일부(2명) △방학 및 학기중 아르바이트 수입에 장학금 일부(1명)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받고 방학 및 학기중 아르바이트 수입(1명)으로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었다. 응답자 45명 중 39명은 “우리집 가계수준보다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15명)거나 “비싸다”(24명)고 답했으며, “적정한 수준”이라고 본 이들은 6명에 불과했다. 또 17명은 등록금 부담 때문에 “앞으로 휴학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나, 등록금 전액을 부담하는 학생 5명 중 4명은 “휴학 없이 졸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휴학한 사이 등록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가계에 부담을 주는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있지만, 강의내용·편의시설 등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43명이 수업내용·휴게실·강의·도서관시설 등을 고려했을 때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15명) 또는 “비싸다”(28명)고 답했다. 김경아(여·가명)씨는 “어떻게 기숙사가 없을 수 있느냐”며 “장학금·휴게시설 확충을 위해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잔디 깔고 주차장 만들려고 올린 등록금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욱(남·가명)씨는 “학교 밖 밥값이 비싸서 그런지 몰라도 학생식당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여러명이 모여 공부할 장소가 없어 다들 커피숍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진선(여·가명)씨는 “수업 내용이 입학 전에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장학금을 한 번이라도 받은 학생은 16명이었다. 그러나 전액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명도 없었다. 송미경(여·가명)씨는 “요즘은 취업을 위해 학점을 관리하기 때문에 4.0이 넘는 애들이 많다”며 “등록금의 30%를 주는 장학금 받기도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45명 모두 등록금 인하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그 해법에 대해서는 대학의 불투명한 재정운영 개선(26명)과 정부 투자 확대(9명)를 주로 꼽았다. 이진선씨는 “우리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현정 박태우 기자 saram@hani.co.kr
31일 낮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이 함께하는 ‘반값 등록금’ 릴레이 시위에 일반인으로 참여한 리정애씨가 반값등록금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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