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는데 약은 먹었는지” “왜 우리 아들 사진 없는지”
많을땐 한 게시판에 1000통
잇단 사고에 부모들 걱정 커져
“훈련 과정 투명한 공개 필요”
많을땐 한 게시판에 1000통
잇단 사고에 부모들 걱정 커져
“훈련 과정 투명한 공개 필요”
“사진으로 보니 우리 ○○이가 몸이 안 좋아 보이던데 약은 먹었는지 궁금합니다. - ○○맘.”
자식을 걱정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부모가 적었을 법하지만, 실은 군대 간 아들의 부모가 남긴 글이다. 강원도의 한 신병교육대대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 이 부대에서 훈련받는 아들의 소식을 알고 싶어 그 부모가 올려놓은 글 바로 밑에 당직사관의 댓글이 달려 있다. “○○이는 의무대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쉬고 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훈련소로 떠난 자식의 안부를 알 길이 없어 부모들이 애태우던 풍경은 이제 옛이야기가 돼 가고 있다. 육군이 훈련병과 그 가족들의 소통을 위해 2006년부터 신병교육대대마다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쪽은 전국적으로 대대급 이상 부대에 1000여개의 인터넷 카페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각 신병교육대대는 인터넷 카페에 식단, 교육훈련 상황, 신병 훈련소 면회 방법 등을 공지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모들이 간단한 편지를 남기거나 부대 쪽에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도록 게시판도 마련돼 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부모나 친구가 게시판에 편지를 올리면 출력해서 훈련병들에게 전달한다”며 “한 부대에서 많을 때는 한 게시판에 하루 1000통 이상의 편지글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녁시간에는 신병교육대대 인터넷 카페의 동시 접속자 수가 15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워진다. 경기도 연천의 5사단 신병교육대대 정훈장교는 “훈련받는 사진 등 새로운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인터넷 카페 방문자 수가 크게 늘어난다”며 “가끔 왜 우리 아들 사진은 없느냐는 민원성 글도 올라온다”고 했다.
강원도 간성의 2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은 “몇 년 전에는 훈련소에 들어온 아들 얼굴을 보기 위해 행군 코스에 미리 차를 대놓고 기다리는 열성적인 부모들도 많았다”며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훈련병의 사진이나 편지를 보고, 군생활 적응 문제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전화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최근 야간행군 도중에 뇌수막염을 앓던 병사가 목숨을 잃고, 한 훈련병이 중이염 증세를 호소하다 꾀병환자로 몰려 자살한 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둘째 아들이 군 복무중인 김아무개(50·여)씨는 “아무리 군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마음 편해할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다치거나 죽는 병사가 우리 아들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강원도 인제의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은 “아픈 훈련병이 있으면 감추기보다 몸 상태를 인터넷 카페에 올려서 가족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부모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훈련과 생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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