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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점점 더 좁아지는 ‘한뼘 쪽방’

등록 2011-06-02 21:36

아시안브릿지, 쪽방촌 조사
9년전보다 방 평균면적 줄어
각국 전문가 방한 대안 모색
“아직도 비 많이 와요?” 그의 눈은 비를 보지 못했다. 두 살 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뒤부터였다. “그쳐도 할 수 없지요.” 그는 소리로 비를 보고, 느끼고, 기다렸다. 야윈 살림살이는 때로 찌든 이불 한 채가 전부였다. 일세 5000원짜리 좁은 방에서 뿌연 담배연기만 풍요로웠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으로 각국의 주거전문가들이 찾아왔다. 시민단체 아시안브릿지의 초청으로 국내 쪽방촌과 비닐하우스촌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동자동 쪽방촌은 그가 26년째 전국 쪽방을 떠돌다 도착한 곳이었다. “가족이요?” “이름이요?” “나이요?” 떠지지 않는 눈꺼풀만 껌뻑이다 그는 문을 닫았다. 타이에서 온 솜숙 분야반차 아시아주거권연합 사무총장은 “가난의 모습은 어디나 동일한 것 같다”고 했다.

한 뼘 쪽방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아시안브릿지가 지난달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 쪽방 건물과 방 개수는 각각 288동과 3508개였다. 2002년 조사 땐 383개동과 3855개였다. 건물 수는 100여동 감소했으나, 방수는 350여개만 줄었다. 2002년 1개동에 평균 10개의 방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1000여개의 방이 줄어야 정상이다. 쪽방의 평균 밀도(1개 동당 12개 방)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9개 지역 3280명의 쪽방 주민 중 상시 거주자는 2903명이었다. 잠시 머무르는 일시 거주자는 377명뿐이었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쪽방촌 삶의 고착화’다.

‘떨쳐지지 않는 가난’은 비닐하우스촌에서도 관찰된다. 이번 조사로 서초구 내곡동에서 ‘태화농원부근마을’이 새로 ‘발견’됐다. 송파구 장지지구 재개발로 쫓겨난 주민들이 장소만 옮겨 재정착한 곳이다. 철거나 재개발 뒤 삶터를 잃은 주민들이 인근 지역에 다시 무허가주택을 짓는 현실을 보여준다.

아시안브릿지와 주거전문가들은 3일까지 서울 시내 쪽방촌과 비닐하우스촌 실태조사를 마친 뒤 서울시에 대안적 주거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분야반차 사무총장은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를 지향하는 개발엔 사람이 없다”며 “사람들을 내쫓는 대신 함께 어울려 살게 하는 주거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효우 아시안브릿지 상임운영위원장도 “최저생계비조차 못 버는 저소득층에게 임대아파트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주민과 정부가 기금을 조성한 뒤 주민들이 직접 마을을 설계하되, 공동생산작업장까지 갖춘 공동체 주택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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