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금정굴 사건
고양시의회, 유해안치·평화공원 조례안 상정 또 미뤄
보훈단체 “이념갈등 조장” 빌미 박물관 등 건립 반대
보훈단체 “이념갈등 조장” 빌미 박물관 등 건립 반대
6·25 전쟁 때 경기 고양시 금정굴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집단희생된 민간인 153명의 유해 안치와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조례안이 보수단체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임시회에서 ‘고양시 전쟁 희생자를 위한 고양역사평화공원 조성 및 관리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하려 했으나, 보훈·안보단체의 반발이 거센 데다 여야 의원간에 이념논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조례안 상정을 다음 회기로 미뤘다.
조례안을 발의한 고양시의원 12명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금정굴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 결정사항 중 지방자치단체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평화와 인권 신장, 민족화해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조례 제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고양역사평화공원 위원회’ 구성 △금정굴 희생자들의 유해 안치 및 위령사업 △평화·인권·민족화해를 위한 역사교육 등이다.
왕성옥(48·민주당) 시의원은 “조례안에 대한 의견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상정을 유보했다”며 “내용을 수정·보완해서 7월 임시회나 9월 정기회 때 다시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월20일 열린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도 금정굴 관련 조례안 상정을 놓고 논란을 빚다가 계류된 데다 보수단체들이 반발해, 조례가 제정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상이군경회·재향군인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보훈·안보단체고양협의회 최실경 회장은 “금정굴 희생자의 유해 안치와 위령비를 세우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박물관과 역사 교육관 건립에는 반대한다”며 “충분한 대화가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를 만들면 국가정체성 훼손과 또다른 이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한국전쟁기 고양 금정굴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비극과 잘못을 이후 세대가 망각하지 않기 위해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 이를 연구·교육할 수 있는 고양지역의 역사관 건립을 적극 추진할 것”을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바 있다.
박상익 고양시 평화인권팀장은 “진실·화해위의 권고사항은 윤리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 후손들이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며 “거창추모공원을 참고해 평화공원 기념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1995년 유족들에 의해 발굴된 뒤 서울대병원 창고에 임시 보관돼온 유해들은 16년 만인 오는 9월24일 고양시 청아공원에 임시 안치될 전망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한편 1995년 유족들에 의해 발굴된 뒤 서울대병원 창고에 임시 보관돼온 유해들은 16년 만인 오는 9월24일 고양시 청아공원에 임시 안치될 전망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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