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경(76·가운데), 틸로 베르너(오른쪽)
임재경 임정사업회 부회장
“독 녹색당, 원전폐지 자신
전 유럽이 함께 고민해야”
“독 녹색당, 원전폐지 자신
전 유럽이 함께 고민해야”
“독일 혼자서는 원자력에서 탈피할 수 없어요. 앞으로 유럽은 독일이 던진 물음에 답해야 합니다.”
임재경(76·가운데) 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은 최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독일에 가겠다고 결심을 했다. 일흔여섯의 나이도 그를 막지 못했다.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급변하는 독일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녹색당 지부로 달려가 틸로 베르너(오른쪽) 공보담당관 등 지역 간부들과 만났다.
“녹색당 사람들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돼 있기보다는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과 어떻게 정책협의를 이끌어낼지 몰두하고 있었어요.” 임 부회장은 녹색당이 탈핵 프로그램에 자신이 있어 보였다고 했다. 전기요금 인상 등 우려도 없지는 않지만 재생에너지가 이미 상당히 보급됐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값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체제를 갖췄다는 것이다.
이어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 등에서도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그는 “베를린에서 만난 녹색당 원내총무 보좌관이 올해 9월에 있을 베를린 지방선거를 지켜보라고 했다”며 “독일은 지금 원전 폐기를 향한 야심찬 실험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마침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에너지 전환 선언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 그동안의 좌우를 막론하고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력 문제는 국지적이 아니라 세계적이다. 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도 피해는 유럽 전체가 봤다. “원전은 핵무기 보유와 함께 가죠. 프랑스나 영국이 원전 포기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는 인류 전체의 탈핵 성공 여부를 쥐게 된 독일을 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80년 <한국일보> 기자를 하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려 해직된 임 부회장은 87년 한겨레신문사 창간 때 합류해 편집인, 부사장 등을 지냈다. 80년대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 이사장을 지내는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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