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보안담당관 김규덕(60)
“시국사건 대학생에 무죄 선고한 판사 대법관 됐죠
서울중앙지법 김규덕 사무관 보안담당 업무 정년퇴직 앞둬
서울중앙지법 김규덕 사무관 보안담당 업무 정년퇴직 앞둬
40년 가까이 법원을 지켜온 ‘법정 보안관’이 법원을 떠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보안담당관 김규덕(60·사진) 사무관이 38년의 ‘법원 생활’을 마치고 오는 30일 정년퇴직을 하게 된 것이다.
김 사무관은 1973년 5월8일, 판사의 명령에 따라 소송 관련자들을 인도하고 법정 정돈을 담당하는 일을 맡으면서 법원과 인연을 맺었다. “법원이 그래도 다른 곳보다 안정적이고 독립적”이라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선택한 직업이었다. 주요 법원을 돌면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38년이 훌쩍 지나갔고 슬하의 3남매를 모두 대학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
법정의 질서를 책임져야 했던 그이기에, 법정 안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기억이 생생하다. 1970년대에는 재판을 받던 소년이 “판사를 죽이겠다”며 난동을 피워 판사가 화장실로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고 수년 전에는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청사 유리창을 망치로 마구 부숴 법원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법대 위에 높게 자리한 판사와는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느꼈지만, 상하 관계를 떠나 먼저 손을 내미는 판사에게는 인간미를 느꼈다. 1990년대 초반 서울형사지법에서 만난 한 판사와의 인연은 그래서 소중하다. 시국 사건으로 잡혀들어오는 대학생들에게 그때는 대부분 구류를 보냈지만, 그 판사는 과감히 무죄를 선고했다. 퇴근길에 그와 함께 해장국에 소주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시위하다 잡혀온 대학생에게 무죄를 선고하면 정부의 미움을 받지 않겠습니까.” “내가 보기엔 무죄입니다. 판단이 그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판사는 훗날 대법관이 됐다고 한다.
정년퇴직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그는 아직 퇴직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 사회적 이목이 쏠린 재판에 대비해 질서 유지 대책을 세우고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느라 신경을 쓰다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김 사무관은 “중요한 재판이 차질없이 진행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2006년 법원경비관리대가 창설됐지만 독자적인 수사권이나 즉결청구권이 없어 법정 난동을 진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독자적인 질서 유지나 방어 체계를 갖추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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