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7일 저녁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 등의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려고 경찰버스와 경비병력을 동원해 서울 청계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이 때문에 촛불을 든 대학생들과 시민 700여명이 청계광장 옆 파이낸셜센터 앞에서 문화제를 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열흘째 밝힌 ‘등록금 촛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대학생과 시민의 ‘촛불’이 7일 밤, 열흘째 불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대학생뿐 아니라 고등학생과 30~40대의 ‘선배 세대’, 학부모의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경찰의 집회 불허 방침에도 이날 촛불집회를 강행했다. 한대련은 7일부터 10일까지 광화문 케이티(KT) 사옥 앞 등 5곳에 집회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큰길가이고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4곳을 불허 통보했고, 36개 중대 27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주변을 철저히 봉쇄했다. 집회 시작 전 경찰이 앰프 등 집회장비 반입을 1시간가량 막기도 했다.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하려던 500여명(경찰 추산)의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결국 청계광장 건너편 인도에 자리를 잡고 촛불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 이행에 대한 점수를 매기자’는 의미로 ‘2MB 기말고사의 날’이란 펼침막을 걸고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했다.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를 지원해 온 ‘날라리 선배부대’가 이날 집회에도 함께했다. 배우 김여진, 방송인 김제동, 가수 박혜경씨 등 유명인사들이 중심이 된 날라리 선배부대는 촛불집회 초기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피자 한턱쏘기’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후배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왔다. 배우 권해효씨는 이날 낮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1인시위를 했고, 가수 박혜경씨는 집회에 참가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노래를 불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세대를 대변하는 청년유니온도 등록금 투쟁에 동참했다. 청년유니온은 이날 오전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등록금 빚쟁이’로 청춘을 보낼 수 없다”며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고 현행 학자금 대출 제도의 피해자 구제책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방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날 저녁 8시께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백화점 앞에서 대학생과 시민들이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과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8일 오전에는 부산지역 대학 총학생회가 부산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얼마 전 정부는 B학점 이상 성적이 되는 대학생들에 한해서만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학점 제도 아래에서 성적에 따른 반값 장학금 실시는 제2의 카이스트 사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촉구했다. 대전에서는 충남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8일부터 11일까지 유성구 궁동 로데오거리와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에서 촛불을 밝힐 예정이고, 대구·경북대학생연합도 10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이승준 박태우 기자, 부산/김광수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