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두리반’의 여주인 안종녀(53)씨와 소설가인 남편 유채림(51)씨 부부는 참았던 울음을 끝내 터뜨리고야 말았다. 2009년 12월24일, 철거용역들이 들이닥치고 농성에 들어간 지 531일 만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안씨 부부와 두리반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개발 시행사인 남전디앤씨와 두리반대책위가 협상을 통해 홍익대 인근에 식당을 다시 열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재개발 시행사와 안씨는 조인식을 열고 “주변에 식당을 여는 데 시행사가 금액을 지원하고, 둘 사이의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한다”는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두리반은 그동안 ‘작은 용산’으로 불려왔다. 재개발이 시작되고 중소상인들이 제대로 된 이주대책과 보상 없이 쫓겨날 처지에 몰린 두리반의 상황이 용산 참사 당시와 같았기 때문이다. 두리반 농성에 힘을 보태온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두리반 문제 해결은 도시 철거민들에게 새로운 역사이자 중요한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눈가가 젖어 있던 안씨는 함께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두리반은 승리를 했지만 잘못된 개발 악법이 바뀐 것도 아니고 아직도 곳곳에서 폭력에 노출되고 쫓겨나는 철거민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531일의 농성 기간에 시민단체 활동가들 외에도 문화예술인, 10대 청소년들, 홍대 주변 인디음악가들이 영화제와 음악회 등을 통해 두리반 철거민들에게 힘을 보탰다.
인디음악가 단편선(25)씨는 “우리 같은 인디음악가들도 두리반과 철거민들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두리반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사회구성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 부부는 두리반에서 한달 동안 예정된 행사를 치르고 건물을 비워준 뒤 홍대 주변에 적당한 곳을 찾아 식당을 다시 열 예정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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