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영면에 들다
교수·제자 등 200여명 배웅받아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안장
교수·제자 등 200여명 배웅받아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안장
흠결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낸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지난 7일 별세한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향년 91)이 그러했다. 막역한 사이였던 최시중씨가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입각하자 “부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야 된다”고 당부한 그였다. 이런 말을 몸소 실천한 김 전 총장이 떠나던 날, 제자들은 “위대한 스승으로 기억하겠다”며 비통해했다.
김 전 총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8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식장에는 추모사를 한 이기택 4·19혁명공로자회 회장, 김정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지청 고려대 명예교수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운구 행렬은 고려대 본관, 아세아문제연구소를 지나 성북동 사회과학원, 명륜동 자택을 들렀다. 고인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총장 재직 시절 총무처장으로 김 전 총장을 보좌했던 지청 교수는 “그분이 총리직 제안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지성을 대표한다는 교수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감투를 뿌리쳤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하셨기 때문”이라며 “요즘 교수들이 감투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의 정신을 계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례가 치러진 사흘간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수많은 정계·학계 인사들이 찾아 조의를 표했다. 이름난 이들만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건 아니다. 장례식장 한켠에서 영결식을 지켜본 고려대 4학년생 윤동빈(26)씨는 짬짬이 빈소 일을 도왔다. 그에게도 김 전 총장은 ‘특별한 어르신’이다. 지난해 우연히 김 전 총장이 광복군 시절 고 장준하 선생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 그는 호기심이 발동해 김 전 총장의 회고록까지 찾아봤다. 몇 달을 기다려 지난해 겨울에는 김 전 총장을 만났다. “선생님께 취업 고민을 털어놓으니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라’고 하셨어요.”
김 전 총장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지만, 저 먼 곳에는 스스로 ‘연인’이라고 표현했던 장준하 선생이 있을 터이다. 두 사람은 일본군을 탈출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중국의 충칭까지 6천리 길 대장정을 함께했다. 1975년 ‘장형’(김 전 총장이 장준하 선생을 부르던 호칭)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그는 많이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준하기념사업회장을 할 당시 김 전 총장과 인연을 맺은 이부영 전 의원은 “이젠 두 분이 다 돌아가셨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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