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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국 방문한 프랑스 프리랜서 언론인 이사빈씨

등록 2005-07-07 17:57수정 2005-07-07 17:57

“희망과 절망은 서로 연결돼 있다”

‘파리 망명객’ 남편 이유진씨와 반독재투쟁

“고통스러울 땐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세요. 힘이 생길 테니까. 고통을 피하지 않고 견디는 일도 때로는 좋은 훈련이 됩니다.”

프랑스에서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사빈(67·불한협회 부회장)씨가 8일까지 열리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참석하려고 지난 5일 한국을 찾았다. 1963년 프랑스로 간 그는 한국의 차 문화와 음식 문화 등을 소개하면서 프랑스 정치인, 기업인들 사이에서 ‘한국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68년부터 20년간 프랑스의 한 출판사에서 편집인으로 근무하다 89년 프랑스 유명통신사인 시파프레스에 들어가 저널리스트로도 경력을 쌓았다.

이씨는 4·19세대다. 대학 시절,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을 때 “총을 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바로 자신의 옆에 서있던 친구가 총탄에 쓰러지는 것을 봤다. 부모는 그를 고향집인 대구로 불러들였지만 결국 딸을 오래 붙들어 두지는 못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이씨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 여성들은 날 때부터 테두리에 갇혀 살아가게 돼요. 아래로 네 명의 여동생을 낳을 때마다 실망하고 절망하는 식구들을 보면서 왜 저럴까 생각했지요. 그래서 프랑스로 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파리에서 결혼한 이씨의 남편은 <빠리 망명객 이유진의 삶과 꿈>의 저자인 이유진씨. 남편 이씨는 1979년 한 후배의 망명을 도와주려다가 도리어 누명을 쓴 채 북한공작원으로 몰려 입국하지 못하고 프랑스에 정착한 뒤 <동포> <자유평론> 등의 잡지를 내며 반독재투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씨는 이런 남편과 함께 80년 프랑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남편의 근황에 대해선 “고국을 대단히 그리워한다”고 짧게 답했다.

장애인 아들을 둔 이씨는 요즘 아들 이야기를 책(가제 <어느 스테판의 밝은 날들>)으로 쓰고 있다. 장애인인 아들은 언어능력과 의사소통이 부자유스러운 대신, 창의력과 통찰이 뛰어나다. 아들을 집안에만 가둬두지 않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적극 도왔던 이씨의 교육방식도 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장애인을 철창에 가둬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아들을 데리고 나갑니다. 아들아이가 파리 근교 성당에서 미사 때 춤을 추는데,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한 주교님께서 우리 아이에게 미사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에요. 당신이 십자가에서 못 박혀 피 흘리는 예수님을 땅에 내려놓는다면 자신은 미사를 더 좋아할 것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성차별, 독재권력, 삶의 질곡을 견뎌내면서 그는 ‘순환의 진리’를 깨우친 듯했다. 이씨의 명함에는 뫼비우스의 띠가 그려져 있다. 그는 “가장 큰 희망과 절망은 서로 연결이 돼있다”며 “희망과 절망, 천재와 바보,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은 모두 같은 것이고 고통을 승화시키면 최대의 사랑이 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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