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에 브래지어 벗게 한 뒤 남성 경찰관이 조사
피해 학생들 “욕설·폭행에 변호사 접견도 막아”
경찰은 “강압조사 사실무근…합법적 절차” 반박
피해 학생들 “욕설·폭행에 변호사 접견도 막아”
경찰은 “강압조사 사실무근…합법적 절차” 반박
지난 10일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대학생들을 경찰이 무리하게 조사했다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문제제기를 두고 경찰과 한대련이 이틀째 공방을 벌였다.
한대련 소속 피해 학생들은 15일 오후 5시 서울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0일 경찰에 연행된 72명의 학생들에 대해 강압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며 “특히 광진경찰서에 입감된 한 여학생에게는 브래지어를 벗도록 하고, 다시 입지 않은 상태에서 남자 경찰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여학생 김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조사받을 때 수치심을 느낀 것뿐만 아니라 티셔츠 한장만 입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유치장 안에서도 계속 긴장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뒤늦게 나 혼자만 속옷을 탈의한 사실을 알고 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한대련이 누리집에 경찰의 강압수사를 고발하는 글을 올리자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자료를 낸 데 이어, 이날 오후 3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대련 쪽의 주장을 반박했다. 홍영화 광진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다른 여학생들과 달리) 해당 여학생이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벗고 유치장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등 돌출행동을 보여 안전을 위해 여경이 브래지어를 스스로 벗도록 했고, 이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홍 서장은 “담당 팀에 여경이 한명 있었으나 연행된 여학생이 7명이라 모두 여경에게 조사받게 할 수는 없었다”며 “남자 경찰관으로부터 조사받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니까 같은 여성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진경찰서에 같이 연행됐던 김남영(21·성신여대3)씨는 청계광장 기자회견에서 “피해 학생 이외에도 경찰이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했으나 학생들이 반발하자 경찰이 ‘탈의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종로·광진·송파경찰서 등에서 강압수사나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송파경찰서로 연행됐던 박현서(24·이화여대4)씨는 “핸드폰 압수수색에 대해 항의하며 변호사 접견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며 “항의 끝에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청구 요지를 확인해 보니 송파서로 연행된 학생 9명 가운데 8명의 영장에 핸드폰 압수수색 청구 사유가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은 “연행 당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고 일부 경찰서에서는 영장을 당사자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가방이나 소지품을 압수수색한 경우가 있었다”며 “경찰관이 욕설을 하거나 머리를 손으로 치고 인권위 진정을 가로막기도 했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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