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살던곳 떠나면 생계 막막” 반발
임시구호소 입소 거부…천막·마을회관서 지내
임시구호소 입소 거부…천막·마을회관서 지내
서울 강남구는 16일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개포동 재건마을 주민들에게 서울시 지방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와 엘에이치공사 소유 임대주택을 우선 확보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재건마을을 떠날 수 없으며, 살던 자리에 주거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임대주택 입주에 부정적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재건마을 주민들에게 제공될 임대주택에는 최대 10년까지 살 수 있으며, 소득 수준에 따라 저소득 임대료 기준을 적용해 거주비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공급면적은 21~64㎡으로, 세대별 가구원수를 고려해 다양하게 지원될 예정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지난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면담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 임대아파트 제공이란 긴급 주거지원 대책을 마련했고, 재건마을 주민들이 낡고 불편한 현 주거지 대신 안전하고 편안한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는 게 구청쪽 설명이다.
구는 이번 조처로 이재민들을 위한 근본적인 주거대책이 마련됐다고 평가했지만, 주민들은 “살고 있는 자리에서 떠날 수 없다”는 태도다. 많은 주민이 재건마을 근처 강남 고층 건물에서 나오는 폐지 수집 등으로 생계를 꾸리기 때문에 지금 사는 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입주 방안에 대해 주민들은 16일 오후 신 구청장과의 면담에서 “수십년 살아온 삶의 터전을 포기하라는 요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12일 오후 발생한 화재로 재건마을 109세대 중 75세대의 집이 불에 탔고, 피해 주민들은 강남구가 근처 구룡초등학교에 마련한 임시 구호소 입소를 거부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비운 사이 판자촌이 철거되면 마을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걱정 때문에 임시 구호소 대신 천막과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다.
‘재건마을에 주거지를 마련해 달라’는 주민 요구에 대해 시와 구는 “그동안 주민들이 시유지를 무단점유하고 있었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다. 구 관계자는“재건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초·강동·송파 등 강남 권역에 피해 주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마련한 뒤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